꾸준히 오래 가는 '名家의 비밀'
꾸준히 오래 가는 '名家의 비밀'
모든 기업인들은 장수(長壽)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듀폰 등의 성공 스토리를 부러워한다. 이들은 한 세대 30년도 아니고, 100년 넘게 글로벌 산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벤치마킹만으로 장수기업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렵다. 모두가 수성(守城)이 창업(創業)보다 어렵다고 말하고, 영속하는 기업이 되려고 애쓰지만 50년 넘게 생존하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래서 장수기업의 비밀을 찾는 작업은 경영학계의 오랜 숙제다. 왜 100년 기업은 소수에 불과할까.

1987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1917년 미국 경제를 이끌던 100대 기업을 추적 조사해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포브스는 기사에 그때까지 생존한 기업은 39개에 불과했고, 그 가운데 100대 기업의 위상을 지킨 곳은 18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 지위가 70년 전보다 개선된 기업은 GE와 코닥뿐이었다. 지금은 코닥도 망했으니 결국 단 1%의 기업만이 10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셈이다.

짐 콜린스는《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책을 통해 강한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를 설명했다. ‘조금씩 싹트는 자만심→원칙 없는 욕심→위기에 대한 부정→허황된 구원자 찾기→사라진 희망과 몰락’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꾸준히 오래 가는 '名家의 비밀'
기업 몰락의 근본 원인은 자만심에 기인한 무원칙한 욕심이었고, 파멸의 전조는 위험을 부정하는 리더의 자세였다. 콜린스는 성공과 실패로 나눠지는 결정적 갈림길에도 주목했다. 그는 갈림길에서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힘든 시기에 높은 성과를 내야 할 뿐 아니라, 경기가 좋을 때 자제하는 인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불편도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예기치 않은 사건과 불운이 생겨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설립 연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나이는 31.8년으로 10년 전 26.9년보다 4.9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화 역사가 짧은 만큼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 나이인 74세와 비교하면 42년이나 젊다.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50년을 넘긴 기업 수는 94개사(18.8%)로 5분의 1도 채 안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동화약품(117년)과 우리은행(115년), 조선호텔(100년)은 출범 100년을 넘긴 한국 대표 장수기업으로 지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한양행(88년)과 삼성물산(76년), 한국도자기(71년)도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앞서 이끌어온 기업들이다. 한국 대표 장수기업들은 어떤 비결로 짧게는 70년, 길게는 100년 넘게 영속하며 발전해왔을까.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