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디자인 싱킹’ 공간을 마련해 벤처기업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대전창조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 두 번째)이 입주업체인 더에스 직원으로부터 디자인 싱킹 활용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제공
SK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디자인 싱킹’ 공간을 마련해 벤처기업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대전창조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 두 번째)이 입주업체인 더에스 직원으로부터 디자인 싱킹 활용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 제공
“가장 큰 희망은 해외시장 경험이 많은 든든한 원군(대기업)을 얻은 겁니다. 한국판 스티브 잡스의 신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영상 자동제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엠제이브이 황민영 사장의 포부다. KAIST 전산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황 사장은 대전지역 대학 선후배 5명과 의기투합해 창업했지만, 그동안 해외시장을 개척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무엇보다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SK그룹의 드림벤처스타즈 공모전에 뽑혀 지난 10일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 문을 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면서 해외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대기업 나서자 벤처 열기 ‘후끈’

SK그룹이 지원하는 대전창조센터에는 엠제이브이, 테그웨이 등 10개 벤처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이들 기업은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뿐 아니라 SK 계열사들의 콘텐츠 사업 노하우와 해외진출 경험을 전수받게 된다.

황 사장은 “초기 창업 기업들은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태반”이라며 “대기업이 갖고 있는 사업 노하우와 자금력, 해외 네트워크는 벤처기업들이 안착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온을 전기로 전환해 휴대폰 등의 보조 배터리로 쓸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한 테그웨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신기술을 표준화하는 등의 작업은 벤처기업 혼자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렵지만 대기업인 SK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테그웨이는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 분야에서 이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계획이다. 이경수 테그웨이 사장은 “창조센터 출범을 계기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손잡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와이파이 카메라를 개발한 더에스는 SK와 동반 해외진출에 나서기로 했다. 외부 스포츠 활동이나 회의, 강연 실황 등을 360도 각도에서 자유롭게 녹화해 와이파이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로,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생애 관리로 ‘글로벌 스타 벤처’ 발굴

1·2호 창조센터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대기업의 벤처 지원 사업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핵심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스타 벤처가 탄생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연규황 대구창조센터 창조산업팀장은 “정부의 벤처 지원은 정책자금 지원이 주를 이루지만 창조센터에서는 대기업의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벤처 육성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민간 주도 사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원 아래 지난 9월 출발한 대구창조센터는 공모전을 거쳐 20여개 기업을 선발해 다음달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통상 2~3년 이상 걸리는 창업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시켜 조기에 유망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스타 기업이 될 때까지 삼성이 가진 사업 노하우를 단계적으로 전수한다는 방침이다.

SK는 대전창조센터에 애플, 구글 등이 도입한 통합적 디자인 기법인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 통상 13개월가량인 시제품 개발을 5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10일 센터 출범식에서 더에스는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디자인 싱킹 활용법을 시연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기업들과 손잡고 내년 상반기까지 17개 창조센터를 개설하면 창업 열풍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 롯데, 충북은 LG, 서울은 CJ가 맡아 연내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전북은 효성, 전남은 GS, 충북은 LG, 충남은 한화, 경북은 삼성, 강원은 네이버, 울산은 현대중공업, 제주는 다음카카오가 맡아 내년 상반기까지 혁신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박영태/정지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