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에서 열차는 온갖 풍상을
[시론] 北 핵위협엔 응징보복 전략을
겪으면서도 고집스럽게 달리다가 마침내 내부반란으로 전복되고 만다. ‘북핵열차’도 그럴 것 같다.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핵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서두르는 북한으로서는 우라늄탄의 대량생산을 위해, 1.5세대 핵폭탄(증폭분열탄)과 2세대 핵폭탄(수소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또는 기존 핵탄두들의 유지관리를 위해 핵실험을 계속해야 하는 ‘기술적 동기’가 충만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또다시 핵실험을 할 것인가 또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북한의 결정권자들이 중국과 미국의 반응, 국제여론, 내부적 선전효과 등 정치변수들을 따져 결정하겠지만,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향한 강력한 기술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마침내 핵무기들을 실전배치한다면, 안보적 함의는 무엇인가.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의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의 ‘전쟁의 부재(不在)’란 ‘지배와 굴종’에서 비롯되는 ‘저급한 평화’이자 강자의 변덕에 의해 언제든 유린될 수 있는 ‘유리그릇과 같은 평화’를 의미할 뿐이다. 이런 상황의 도래를 거부하고 당당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담보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다. 요컨대,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는 남북관계와 한국의 안보에 미증유의 충격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특단의 조치들’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각국 정부가 규탄성명을 내고 유엔 안보리가 또 하나의 대북결의를 추가하는 것은 이미 진부한 방식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 체제와 정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강제하는 빅딜에 나서야 한다. 역시 관건은 중국이다. 시진핑 주석은 “북핵에 반대한다는 점에 한·중 양국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하지만, 항상 거기까지다. 중국이 외교 단절, 무역 중단 등 최후통첩을 보낸 적은 없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미·중 간 빅딜이 필요하고, 우리의 핵외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군사적으로도 고난도 억제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론적으로만 말한다면,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최상의 방법은 대응적 핵보유를 결행하거나 이스라엘식 예방적 선제공격를 통해 위협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 모두가 불가능한 한국에 미국의 핵우산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지만 신뢰성 문제가 있는 데다 핵무기의 실제 사용이 아닌 ‘핵그림자 효과’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렇다면, 한·미 간에는 핵우산의 신뢰성을 재확인하는 별도의 조약이 필요하고, 이와 별개로 한국은 독자적인 억제력을 키워야 한다.

독자적 억제력과 관련해 국내에는 미사일방어(MD)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방어란 기술적으로 완전할 수 없고 돈이 많이 드는 데다 억제효과도 제한적이다. 방어전략의 연장선에서 “발사징후 발견 시 선제공격을 통해 위협원을 제거한다”는 킬체인(kill chain)이 언급되고 있고 그것이 국민에게 일말의 위안이 되고 있음도 사실이지만, 기술적·정치적 실현성에 한계가 있다. 지금부터는 보다 강력한 억제효과를 발휘하는 ‘응징보복’ 전략에 더 많은 노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핵도발에 대한 즉각적·치명적 응징의 확실성을 증명함으로써 북핵의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도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며, 당연히 도발 명령자들을 징벌하는 ‘참수전략’도 포함돼야 한다. 그것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능동적 억제전략’의 본래 취지이다. 그것이 당당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이다.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객원논설위원 defensektw@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