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올해 70, 아직 젊다…초심에서 새 출발"
기업가는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리스크와 싸우다가 때로는 좌절하며, 실패를 보약으로 삼아 ‘기업보국(起業報國)’하는 애국자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그런 기업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1992년 다산경영상을 제정, 지금까지 36명의 ‘기업 영웅’에게 시상했다.

지난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역대 다산경영상 수상자 신년하례회에는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정성립 STX조선해양 총괄사장,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심사위원장),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심사위원) 등 23명이 참석했다. 일부 기업가는 국내외 사업 환경 악화라는 악재를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도전과 성취’의 경험을 공유한 참석자들은 덕담을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윤석금 "올해 70, 아직 젊다…초심에서 새 출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다음달이면 회사가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 같다. 코웨이, 식품, 케미칼 등 주력 기업들을 떼어냈지만 8개의 계열사들이 건재하다.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그동안 괴로운 마음을 견디기 힘들었다. 매일 남산을 오르고 바둑을 두며 괴로움을 극복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70이다. 아직 젊다. (웅진을 창업한 이래) 지난 34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동안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했다. 무리하지는 않겠지만 의욕적으로 해보겠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최근 타이어 사업에 투자한 체코를 다녀왔는데, 그 나라 정부의 너무나 적극적인 기업친화적 분위기에 놀랐다. 공항까지 체코 총리가 직접 마중을 나와 두 시간 반 동안이나 점심을 함께하며 투자유치 세일즈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공장 건설에 들어간 자금의 상당액을 매년 세금 감면으로 지원하는 등 과감한 투자유치 전략을 펴는 게 부러웠다. 귀국한 뒤 여당 중진 의원을 만나 “한국은 뭐하고 있는 거냐. 이대로는 국가 간 투자유치 경쟁에서 크게 밀려날 것”이라는 말을 해줬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다 정리돼 간다. 최근 4~5년간 그룹 주력 분야인 조선과 해운산업의 국제 경기가 안 좋아 많이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회한이 많지만 STX조선해양, 중공업, 팬오션 등 주력 기업들이 역경을 딛고 회생해 우리나라 경제에 계속 기여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STX조선 경영을 맡은 정성립 사장이 이 자리에 계시는데, 기대가 크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정치인들이 기업을 돕지는 않더라도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죽하면 “경제는 (정치인들이 잠을 자는) 밤에 성장한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정규수 삼우EMC 회장=1년여 동안 회사가 법정관리를 받다가 지난달에 졸업했다. 지옥에서 연옥으로 옮겨 온 기분이다. 뱁새가 황새를 흉내 내려다가 곤경을 겪었다.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고속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려고 했지만 너무 조급했다. 이제부터는 예전 중소기업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 지난 1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회의원들에게 했던 얘기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게 한 주역은 기업입니다. 배임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인을 엄벌해야 한다고요? 기업과 기업인은 리스크를 안고 도전하는 것을 숙명으로 삼는 존재입니다. 어느 기업이 망하고 싶어서 망합니까. 내가 기업을 편든다고만 하지 말고 내 말을 잘 들어주십시오.” 이 자리에 계신 기업인 여러분, 지금 잠시 곤경을 겪고 있더라도 힘을 내서 꼭 다시 일어서시기 바란다.

◆서두칠 이화글로텍 회장=63세에 한국전기초자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학문에 도전해 73세에 경영학 박사학위(서울과학종합대학원)를 땄다. ‘기업경영은 전략 10%, 실행이 90%’라는 조동성 교수의 권유로 서울대에서 경영실행론을 강의했고, 지금도 각 대학과 기업에서 실패한 기업의 턴어라운드 사례를 강의하고 있다. 후배 기업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실패를 보약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을 나의 임무로 생각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