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트로이트 파산을 반면교사로
헨리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 모타운 등으로 상징되는 미국 디트로이트시가 약 185억달러에 달하는 빚을 떠안은 채 파산했다. 미국 지방정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디트로이트시가 몰락한 데에는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일본차의 미국 시장 공략, 강성노조에 의한 복지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미국 자동차 공장들의 아웃소싱 및 대량 해고 등이 디트로이트시 경기를 침체에 빠뜨렸으며, 이는 큰 폭의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공무원의 복지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에는 전체 인건비의 83%가 경찰과 소방관 연금 지급에 사용될 것이며, 현재 185억달러의 부채 중 경찰관, 소방관, 퇴직공무원에 대한 연금과 건강보험 지급 관련 부채가 95억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정부의 파산이나 재정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여러 지방정부가 재정적 위기를 경험했고, 1990년대 이후에도 뉴욕시, 워싱턴DC, 마이애미시, 오렌지 카운티 등이 지역경제의 불황, 복지비 증가, 세수감소, 투자 손실 등의 이유로 재정위기나 파산을 경험했다.

2010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 한국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파산 우려가 높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말 현재 한국 지자체의 부채는 총 27조1252억원,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72조5000억원에 이르며, 각종 민자사업 추진으로 인해 앞으로 갚아야 할 빚도 27조여원으로 추산된다.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지자체가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큰 것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자체의 부채수준을 판단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예산대비부채비율이다.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재정위기단체로 분류되는데, 현재까지 이 비율을 넘는 지자체는 거의 없었다. 채무상환비비율 등의 지표에 의한 분석에서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부채 규모가 위기 수준 이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자체의 파산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자체의 부채는 2009년 급증했는데,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채의 적극적인 활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의 개발공사들이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된 이유도 혁신도시 등의 정책을 중앙정부가 추진했기 때문이다. 즉 지자체 부채의 상당부분은 중앙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는 투자사업의 실패로 큰 부채를 안고 있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지비용 때문에 멀지 않은 장래에 재정적 위기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주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1.1%에 불과하다. 예산의 절반 정도를 중앙정부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자체의 책임성 있고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총조세의 20% 수준인 지방세 비중을 최소한 30% 이상으로 높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체의 재정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고, 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둘째, 모든 재정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누가 제기했고, 누가 예비타당성을 검토했으며, 타당성 검토 등은 어떤 근거 아래 했는지, 결산 및 회계 검사를 한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지방재정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재정 운영에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민투표제의 적극적 운영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만약 일정규모 이상의 지방채 발행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한다면 지자체의 무리한 지방채 발행을 억제할 수도 있고 주민들의 지방채에 대한 인식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지방재정은 위기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유비무환의 자세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주민이 합심해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배인명 <서울여대 교수·행정학, 한국지방재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