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마인드컨트롤, 골프와 똑같더군요…안타깝게도 그걸 은퇴 직전에야 깨달았죠"
“이제는 공을 던질 수도 없고 새벽부터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에 앉게 할 수도 없지만, 제 인생이 담긴 이 책으로 제 마음과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영원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사진)가 자전 에세이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웅진지식하우스)를 펴냈다.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야구선수로 살면서 겪었던 환희와 고통, 깊은 고민을 담은 책이다. 그는 1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책을 “야구 인생 30년에 관한 논문이자 제2의 인생에 대한 설계도”라고 소개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써온 일기가 이 책의 초고가 됐다. 어렸을 때 위대한 야구선수들에 관한 책을 읽으며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접했던 것도 책을 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책에서 ‘나는 내가 아직도 마이너리그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건 나의 부족함을 알고 보완하려 노력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지금까지 끊임 없이 노력해왔지만 사회에 일반인으로 나와보니 모든 게 다 새롭고 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될 거라는 두려움은 없어요. 문제를 알고 고치면 더 강해지니까요. 은퇴하고 나니 세상이 크게 보입니다. 우리 집, 우리 동네가 아니라 사회, 국가로 범위가 커지는 걸 느껴요.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으로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그는 요즘 야구선수가 아닌 인간 박찬호로 사는 삶에 적응 중이라고 했다.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면 야구공을 찾고 가끔은 ‘오늘 어느 팀과 경기하더라’ 하고 자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내 깨닫는다. 22층에 있는 집까지 매일 걸어 올라가던 생활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30년 동안 해왔던 야구를 그만둔 그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건 얼마 전 시작한 골프다.

“골프를 해보니까, 이게 투수와 똑같아요. 자기 혼자 치고, 마인드 컨트롤하고, 자기의 스코어를 내는 거죠. 흔히 타자가 안타를 쳐냈는지가 투수의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공을 던졌느냐, 원하는 곳으로 넣었느냐가 결과예요. 안타깝게도 그걸 은퇴하기 직전에야 깨달았죠.”

자신의 뒤를 이어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에 대해서는 “한국 야구의 새로운 문을 연 선수”라고 평가했다.

“제 뒤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후배들은 박찬호의 빠른 공만 바라보며 야구를 했어요. 저도 항상 더 세게만 던지려 했죠. 제가 류현진처럼 정확히 던지는 스타일이었다면 후배들이 다치지 않고 더 많이 활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는 후배들이 류현진처럼 컨트롤로 승부하는 새로운 야구를 접하게 된 겁니다. 현진이에게 한 경기, 한 시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말 긴 여행을 떠난 거예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