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싱글앨범 입지가 가요계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반시장이 음원시장으로 형태를 달리함에 따라 가수들이 새롭게 고안한 디지털 싱글은 이제 유행이 아닌 당연한 생존법이 됐다.

샤이니 이후 정규 앨범으로 데뷔한 신인은 고작 디유닛 한 팀 정도로 추산된다. 데뷔 후 몇 개월 만에 곧바로 정규 앨범을 발매한 이하이를 제외하고 걸스데이, 허각, 틴탑, 씨엔블루, 2AM 등 아티스트들이 첫 정규 앨범 발매하기까지 기간을 살펴보면 평균 2년 반~3년이 소요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정규 앨범도 내 보지 못한 채 사라지는 팀이 대다수다.

싱글 및 미니앨범이 보편화된 데는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장점이 한 몫을 했다. 수록곡이 대폭 줄어 비용이 절감되는 반면 소수의 곡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싱글과 정규앨범의 제작비용은 몇 천만 원 차이가 난다. 보통의 경우 신인 작곡가가 100만원,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유명 작곡가는 1000만원 이상을 곡비로 받는데, 싱글과 정규앨범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곡수’다 보니 어느쪽을 선택하더라도 10배 이상의 제작비 차이가 나게 되는 것.

비단 작곡가뿐만 아니라 얼마나 인지도 있는 연주자를 쓰는지, 얼마나 좋은 스튜디오에서 얼마나 좋은 장비로 녹음을 하는지, 믹스 및 마스터링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소모하는지 여부도 제작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앨범 형태로 발매되지 않는 디지털 싱글의 경우 재킷 촬영 및 디자인에 큰 돈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싱글 앨범은 정규 앨범처럼 10곡~12곡에 달하는 트랙리스트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이거다’ 싶은 1~2곡만 모아지면 바로 컴백할 수 있어 낭비되는 공백기를 줄일 수도 있다.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다만 작년 한 해만 4장의 싱글앨범과 1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총 5번의 컴백활동을 펼친 B.A.P의 경우라면 1년에 한 번 정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가수와 비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스타들이 ‘무게감’ 혹은 ‘완성도’를 위해 정규 앨범을 고집하고 있다. 실제로 오랜 공백으로 팬들을 애태운 이효리는 컴백할 때마다 양 손 가득 한아름 새 곡을 안고 왔다. 이번에도 10곡 이상 실린 정규 앨범으로 나름의 고집을 표현할 예정이다.

힙합듀오 리쌍도 4장의 싱글앨범과 9장의 정규 앨범으로 매번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줬고, 바이브도 2002년 데뷔 이후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인지도를 확보해왔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는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도 정규앨범 얘기에 빠지면 섭섭하다. 작년 정규 10집 ‘더 리턴’을 발매하며 최장수 아이돌의 위엄을 과시한 신화는 올 4월에도 정규 11집으로 컴백, 선물과도 같은 음악으로 팬들과 만난다.

이에 대해 한 연예관계자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음원 위주의 시장에서 디지털 싱글만 가지고도 충분히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정규 앨범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10곡 이상의 곡을 수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절대 정규 앨범을 낼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일부 가수들은 정규 앨범 발매를 꼭 거쳐 가야 할 ‘관문’과 ‘상징’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음악 팬들이라면 ‘관문’과 ‘상징’으로서의 앨범이 아닌, 아티스트의 자존심이 담긴 앨범을 기대할 것이다. 패스트푸드처럼 단기간에 생산되고 빠른 포만감을 준 뒤 금세 잊혀지는 노래는 ‘좋은 곡’이 될 순 있어도 ‘명곡’이 될 수는 없다. 가끔은 음반가게서 어렵게 구입한 앨범을 집에 와서 소중하게 뜯어본 경험, 가사집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모든 트랙을 하루종일 곱씹던 추억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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