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살인 독감’에 끙끙 앓고 있다. 미국 50개주 중 47개주에 독감바이러스가 퍼지면서다(15일 현재 기준). 독감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보스턴시와 뉴욕주는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병원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선 백신 부족 사태까지 일어났다. 사회·경제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환자 2만명·사망자 100명 넘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2일 “미국 122개 도시의 전체 사망자 중 7.3%가 감기나 폐렴 증상으로 숨져 독감이 ‘유행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전체 사망자의 7.2% 이상이 특정 질병으로 사망하면 그 질병을 유행병으로 정의한다. CDC는 “올해 독감은 예년에 비해 빨리 출현해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며 “최근 10년래 가장 혹독한 독감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독감 확산에 따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뉴욕주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독감 환자는 지난해의 5배 수준인 2만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뉴욕주의 비상사태 선포는 보스턴시에 이어 두 번째다. 토머스 메니노 보스턴시장은 독감 환자 수가 지난해의 10배 수준까지 급증하자 9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리노이에서는 주내 24개 병원 모두가 응급실에 밀려드는 환자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펜실베이니아의 일부 병원에는 전시(戰時)에나 볼 수 있던 천막 병동까지 등장했다.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콜로라도주를 포함해 일부 지역에서 백신 재고량이 부족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이번 독감으로 사망한 미성년자는 최소 20명에 이른다. 성인 사망자의 경우 독감 시즌이 끝나기 전까진 집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망자가 수십명에 이르는 주가 속출하는 등 전국적으로 독감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CDC는 “일부 지역에서 독감 활동성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앞으로 최소 1~2주 정도는 사태가 더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휴와 맞물려 급속 확산

왜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독감으로 1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까. 보통 미국 독감이 12월 시작돼 1~2월에 기승을 부리다가 3월이나 4월 초 잦아드는 것과 비교할 때 이번 독감은 더 빠른 시기인 늦가을 무렵 시작됐다. 노로 바이러스 등이 기승을 부린 직후였다. 사람들의 면역 체계가 취약해진 상태에서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가 많아 확산 속도가 빨랐다는 분석이다.

유행 시기가 연휴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데이비드 지키 스웨스턴대 교수는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하는 ‘파티시즌’에 독감이 돌면서 급속도로 확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의 독감 발병 비율이 낮아 올해 예방접종 준비 등 대비를 소홀히 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 또 미국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빈곤층이 적절한 대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유급 병가 규정 미비’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 기업들이 병가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 쉬어야 할 독감 감염자들이 출근하는 바람에 직장 동료뿐 아니라 고객들의 감염 위험을 높였다는 것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조사 결과,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 수준인 4170만명이 병가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 공공보건저널은 유급병가 등과 같은 기업 내 규정 미비로 2009년 약 500만명이 추가로 독감에 감염됐다고 분석했다.

#의료비·결근으로 생산성 추락

독감 확산 속도만큼이나 사회·경제적 손실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직원 의료보험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결근 등으로 생산성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 질병통제국(CDS)은 매년 계절성 독감으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한 해 평균 104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엔 생산성 하락 등 간접 손실은 들어있지 않다. 올해 더 극심한 독감으로 기업 피해 규모는 평균치를 한참 웃돌 전망이다.

미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기업과 학교에 빈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기업 경영자들이 독감 후폭풍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업체인 베니건스는 전 매장에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워싱턴주 지방은행인 웨스트뱅크는 회사 돈을 들여 전 직원에게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이번 독감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티머시 내시 미 노스우드대 교수는 “이번 독감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를 까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GDP 1%는 1500억달러 정도다. 미 독감 피해 평균치보다 약 15배 많은 규모다.

폴 맨지아멜 베니건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미 경제는 되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재정위기와 허리케인 사태로 여전히 어렵다”며 “이런 때 독감이 창궐하면 경제가 일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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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선 사상 최악 '스모그 대란'… 주범은 석탄?

사상 최악의 ‘스모그 대란’이 중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10~16일 수도 베이징 등 중국 중부에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일어나면서다.

베이징 시내의 2.5㎛ 이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2일 한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약 40배인 993㎍/㎥를 기록했다. PM 2.5가 ㎥당 300㎍이 넘으면 정상적인 사람의 신체 저항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질병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베이징 시민들은 인후염과 호흡기 질환, 가슴통증, 두통 등을 호소했다. 베이징 소재 한 병원 간호사는 “호흡기관계 병동이 지난해 두 배로 확대됐지만 환자들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스모그의 주범으로는 석탄이 꼽히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말과 1월 초에 걸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한파가 이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겨울 난방의 주 에너지원인 석탄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대도시 차량 급증으로 인한 매연, 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도 주요 오염원이다.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입된 저기압 기단으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정체된 것도 스모그가 대거 발생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베이징시는 13일부터 16일까지 전체 관용 차량의 30%에 대해 운행 중지 조치를 취했다. 또 화공·야금·시멘트 등 환경오염이 심한 업종을 중심으로 58개 업체의 공장 조업도 중단시켰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