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본때를 보여주겠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개막한 ‘북미 국제 오토쇼’.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M의 댄 애커슨 회장은 2014년 쉐보레 ‘콜벳’을 공개하며 이렇게 장담했다. 한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세계적 행사임에도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한동안 ‘최악의 날씨에서 열리는 볼품 없는 서커스’라는 악평을 받았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몰렸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사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모델을 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모터쇼는 미국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스포츠카, 하이브리드 고성능 차량 등을 내놓고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고급차 부문에서 유럽에 뒤져 있는 미국, 일본 회사들은 잇달아 프리미엄카를 내놓고 뜨거운 신경전을 펼쳤다. GM은 미국 대표 스포츠카인 7세대 콜벳 스팅레이와 고급 브랜드 캐딜락의 첫 번째 럭셔리 하이브리드 쿠페인 캐딜락 ELR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작년 미국 시장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른 픽업 트럭 F시리즈로 성공한 포드도 고급 브랜드 링컨의 크로스오버차량인 ‘MKC’ 콘셉트카를 내놨다. 앨런 멀럴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는 “버버리나 구찌처럼 1970년대 유행했던 고급 브랜드가 재기에 성공했듯 링컨도 경제적이고 새로운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도 가세했다. 혼다 어큐라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NSX, 도요타 렉서스 IS 시리즈, 닛산 인피니티 Q50 등이 이날 공개됐다.


유럽 회사들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유럽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1.2% 증가한 907만대를 판매했다. 970만대를 판 것으로 추정되는 도요타에 뒤지지만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M을 제치고 글로벌 2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로스오버를 공개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시장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미국,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며 “아우디 등 고급 브랜드에 투자를 늘려 2018년 1위 자동차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BMW와 다임러 그룹도 작년 미국 시장에서 모두 14% 성장하며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BMW는 M6 그란 쿠페, 다임러는 뉴 E클래스를 공개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25㎞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컨버터블인 벤틀리 GT 스피드 컨버터블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기아차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맞섰다. 현대차는 차세대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현대차 프리미엄카의 미래를 보여주는 HCD-14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쿠페형 디자인에 실용성을 겸비한 4도어 패스트백 스타일의 스포츠세단이다. ‘HCD-14’는 현대차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한 단계 발전시켜 유연한 아름다움에 정교함을 더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앞으로 현대차가 나아갈 프리미엄 차량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아차는 작년 11월 국내 출시한 준대형 세단 더 뉴 K7을 전시하고 미국 중대형차 시장을 공략한다.

디트로이트=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