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올해 8%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각각 두 차례 내리고 대규모 공공프로젝트를 앞당겨 승인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편 것이 새해에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양적인 성장보다는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과 산업구조 업그레이드를 적극 추진, 질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경제성장률도 지난해보다는 높지만 예년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와 위안화 가치상승 등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중구진(穩中求進) 기조 유지

‘경제성장률 7.5%, 소비자 물가상승률 3.5%.’ 중국은 지난달 15~16일 이틀간 개최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13년 경제운용의 기조를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속의 성장)으로 정하고 거시경제 목표치를 이렇게 확정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2012년 수준에 맞췄지만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0.5%포인트 낮췄다. 통화량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이 문구가 ‘지속적이고 건강한 경제발전’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올해 구체적인 정책에서 다소 차이가 나타날 전망이다.

2012년 중국 거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온성장(穩成長·안정적 성장)이었다.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대규모 인프라건설 프로젝트들을 적극 추진한 것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에 정부 목표치보다 낮은 7.4%까지 떨어지는 등 7분기 연속 둔화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다소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런 정책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올해는 온성장과 함께 구조조정이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구조 전환,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이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낙후산업 폐기 △기술기업 육성 △자원가격 현실화 △구조적인 감세 △독과점 기업 제재 등 다양한 개혁조치가 나올 전망이다.

또 올해에는 재정정책이 강화되는 반면 통화정책은 더욱 신중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약 1조2000억위안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작년보다 약 4000억위안 늘어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지난해 1.5%에서 올해 2.1~2.2%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반면 M2(광의의 통화) 증가율은 작년과 같은 연평균 14%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지난해 4%보다 낮은 3.5%로 정해 금리인하 조치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관들은 성장률 8%대 전망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올해와 같은 7.5%를 제시했지만 주요 경제기관들은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입 등 대외 여건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민간소비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주바오량(祝寶良) 경제정보센터 경제예측부 부주임은 “정부가 승인한 기초설비 투자가 지난해 9월부터 빠르게 증가했다”며 “수출입만 지난해보다 악화되지 않으면 보수적으로 봐도 8%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회과학원과 세계은행도 최근 중국의 2013년 성장률을 각각 8.5%와 8.4%로 전망했다.

취훙빈(屈宏斌)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초설비 투자확대가 중국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지출이 증가할 전망이어서 올해 중국 경제는 작년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는 수출이 꼽힌다. 쑹위뱌오(宋宇表)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위안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질 경우 중국은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