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산관리와 은퇴준비는 최대한 오랫동안 일하는 겁니다. 재테크 수익률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전문성을 키우는 데 더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 교육과 은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강창희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65)의 말이다. 그는 지난 5일 박현주 회장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갖고 부회장직과 2004년부터 겸임해온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 및 퇴직연금연구소 소장에서 물러났다.

강 전 부회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1973년 증권선물거래소에 입사한 후 대우증권 상무,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현대투신운용 사장,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등 국내 주요 증권사·운용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투자문화 전도사’로 변신, 지난 8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2600회가 넘는 강연을 진행해왔다.

그런 그에게 직장인들이 어떻게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강 전 부회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체면 가리지 말고 나이 들어서도 최대한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무리 투자를 잘한다고 해도 근로소득만큼 확실하고 안정적인 소득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 달에 50만원을 벌 수 있다면 이는 2억원의 정기예금을 가진 효과와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투자로 몸값을 높일 여지가 큰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은 재테크에 신경쓰는 게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후준비는 국민연금, 직장에서 하는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으로 충분합니다. 재테크 수익률도 정기예금 금리보다 1~2%포인트 더 낸다고 생각하고 근로소득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자신도 “자산의 40%를 주식형 펀드에 넣어두고 있지만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오늘 시장이 올랐는지 잘 모른다”며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것은 단기 예측에 따라 펀드, 자문형랩,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유행을 쫓아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생활 속의 ‘거품’도 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퇴직연구소에서 계산해보니 아들 결혼시키는 데 평균 6300만원, 딸은 3500만원이 든다”며 “남들 눈치보느라 쓰는 이런 ‘거품’ 때문에 노후가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쓸데없이 큰 차를 몰고 다니거나, 자녀 출가 후 부부가 단둘이 사는데 큰 집에 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녀들 뒷바라지에 많은 돈을 쓰는 것도 자녀의 자립심을 없애고 노후준비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전 부회장은 은퇴 후에도 미래에셋연구소의 객원연구위원으로 일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가칭)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며 은퇴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저는 은퇴한 게 아니라 퇴임한 겁니다. 지금과 다름없이 앞으로도 투자교육, 은퇴와 관련한 연구와 강연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