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이미지 벗자" 은행 서민지원책 '봇물'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2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은행계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만남을 가진 뒤부터다.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제기에 이어 학력 차별, 대출서류 조작 등이 드러나 금융권이 ‘탐욕의 화신’처럼 비쳐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지주사별로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서민·중소기업에 더 많은 돈을 더 낮은 금리에 빌려주는 것이다.

또 연체하기 시작한 고객의 기존 대출을 장기 대출로 바꿔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전 은행권이 확대 실시한다. 금융사들은 아울러 새희망홀씨대출 대상·한도를 확대하고 개인·가계대출 최고금리도 연 2~3%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신한금융, 새희망드림대출

금융권 공동 프로젝트도 많지만 금융사별로 특별히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안도 있다. 지주사 회장들이 나름의 의지를 담아 서민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지원책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새희망드림대출’이다. 1인당 500만원까지 연 12~14% 금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한 회장은 “전에는 15등급 중 1~10등급 고객과만 거래했는데, 앞으로는 다중채무 등을 지고 있는 11~12등급 고객에게도 돈을 빌려줄 것”이라고 했다. 총 3000억원 규모다.

신한은행은 이와 함께 BB등급 이상 기업들에만 대출을 내주던 관행을 깨고 B+등급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 3가지를 29일 선보였다.

◆우리금융, 하우스푸어 지원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야심작은 하우스푸어 지원책이다. 하우스푸어 집을 경매로 내놓기보다는 집을 은행이 사들인 뒤 원 소유주에게 임대를 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이다. 국민·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도 따라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이날 근저당권 설정 비율을 120%에서 110%로 낮추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을 위해 연 7%짜리 적금상품을 9월 초 출시하겠다는 내용의 ‘참금융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KB금융, 성실히 상환시 한 자릿수 금리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9월부터 일정 기간 성실하게 원금 상환을 한 국민은행 연체 고객의 대출을 새희망홀씨 대출로 바꿔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민은행 새희망홀씨 대출금리는 연 11~13%인데, 이를 잘 갚으면 10% 미만 한 자릿수 금리로 더 낮춰줄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데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고객에게 긴급 자금을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은 “신용등급은 정상이지만 부채가 많아 2금융권과 거래하는 고객들의 2금융권 대출을 연 10~12% 농협은행 대출로 갈아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또 9월 중순부터 일반 개인 외에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의 대출이 연체될 경우에도 즉각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프리워크아웃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