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앤조이 독자들, 안녕? 난 요즘 대세인 ‘쿠페(coupe)’라고 해. ‘쿱’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하지. 모 통신사 서비스 ‘쿡’이랑 헷갈리지 않도록! 잘난 척은 좀 하지만 ‘네가지’가 없진 않아. 인기 많지, 세련됐지, 키는 좀 작지만 몸매는 날렵하고 잘빠졌거든. 오빠야말로 ‘레알’ 강남 스타일이지.

그까이꺼 대충~ 차에 문짝 두 개 떼고 살 좀 빼면 쿠페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무시하지 마라. 이래봬도 나, 유서 깊은 집안 출신이라고.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있어 설명해 줄게. 내 이름은 프랑스어로 ‘자르다’는 뜻이야. 19세기 2인승 승객 좌석이 있는 짧은 마차를 쿠페라고 불렀지. 지금은 지붕이 낮고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갖춘 자동차를 의미해. 원래는 문짝이 2개인 2도어, 2인승이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문짝 수나 승차인원은 상관이 없어. 실용성이 떨어지고 불편하다고 해서 세단과 쿠페를 결합한 4도어, 4인승 쿠페가 나왔거든. 2003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출시한 CLS클래스가 대표작이지. 퓨전 쿠페시대가 열리면서 나도 겉모습만 예쁜 ‘빛 좋은 개살구’란 불명예를 벗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2월 출시된 현대차 ‘스쿠프’ 형님이 시초야. 국산차 최초 쿠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셨지.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티뷰론(1996~2001년), 투스카니(2001~2008년) 형님들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차들이지. 1997년 H.O.T로 최고 인기였던 토니안이 생애 처음 구입한 차가 티뷰론이었대. 당대 톱스타들만 탔던 자동차다 이 말씀이야. 티뷰론 형님은 가끔 종묘공원에 장기 두러 나오시는데 세월은 무시 못하겠더라. 많이 늙으셨더라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제네시스 쿠페가 유명하지. 조만간 국민 중형차 아반떼 쿠페가 나오면 다시 한번 쿠페 열풍이 불 거야. 기아차도 프리미엄 세단 K9의 쿠페를 계획 중이래. 다음달 나오는 포르테 후속 차인 K3에 이어 K3 쿠페도 나올 테니 두고 봐야지. 포르테 쿱보다 훨씬 낫겠지?

지난 4월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아반떼 쿠페를 보니까 앞부분 그릴을 육각형으로 디자인하고 지붕선을 날렵하게 다듬어 스포티한 모습이더라고. 길이도 10㎜ 길어졌고 엔진도 기존 1.6ℓ대신 2.0ℓ GDI를 달았어. 6단 변속기를 탑재해 아반떼보다 힘이 좋아졌지.


하반기엔 외국물 먹은 쿠페 친구들이 대거 들어올 거야. BMW는 최근 6시리즈 그란 쿠페를 내놨고 아우디는 이달 RS5를 선보일 거야. RS는 영어로 레이싱스포츠(Racing Sports)의 약자로 슈퍼카 수준의 초고성능 모델을 의미해. 아우디 A5의 스타일리시한 쿠페 디자인에 강력한 성능을 결합했어. 메르세데스 벤츠는 다음달께 C클래스의 첫 쿠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야. 지난해 봄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였던 모델이지.

이제 쿠페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면 직접 타보는 일만 남았어. 실제 쿠페를 보면 유려한 곡선과 날렵한 디자인, 고급스러움에 반할 걸. 운전석에 앉으면 세단보다 낮은 차체와 단단한 스티어링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이제 쿠페는 실용성까지 갖춘 5인승 5도어로 진화했어.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쿠페가 나올 거야. 쿠페의 무한변신을 지켜봐줘!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