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한국 노인…워킹 실버, 선진국의 4배
‘외국 노인은 즐기고, 한국 노인은 일하고.’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일하는 우리나라 노년인구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정부 보조금 등 이전소득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따라 노인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늙어서도 일하는 한국 노인들

고달픈 한국 노인…워킹 실버, 선진국의 4배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가 유엔 및 통계청 자료를 인용, 27일 발표한 ‘주요국 은퇴소득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010년 기준 29.3%로 집계됐다. 노인 10명 중 3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3.9%) 프랑스(1.3%) 독일(2.1%)은 물론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19.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선진국 평균(7.7%)보다 4배가량 높고, 개발도상국 평균(23.9%)보다도 일하는 노인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지희 삼성생명 수석연구원은 “1990년과 비교할 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대부분에서 노인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떨어졌는데 한국에선 되레 3.2%포인트 상승했다”며 “한국 노인 중 상용근로자 비중이 매우 낮고 평균 급여도 51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 취업자 중 자영업주는 57%이며, 비상용 임금근로자 24%, 무급 가족 종사자 15%, 상용 근로자 3% 등의 순이다.

◆노후 월소득도 턱없이 부족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노인이 특히 많은 이유는 안정적인 월소득이 부족한 탓이다. 국내 노년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8만7000원으로, 일본(605만원) 프랑스(363만8000원) 이탈리아(329만6000원) 영국(290만8000원) 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노년 빈곤율이 전체의 절반인 45%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전체 빈곤율이 14.6%로, OECD 평균(10.6%)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인 빈곤 문제가 유독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한국에선 노년가구의 월소득 중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모자라는 돈을 대부분 노동을 통해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선 연금 역사가 짧기 때문에 현재 은퇴자들이 적은 이전소득이라도 상당 부분 가족 부양자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선진국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노후를 즐길 여건을 갖췄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됐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노년가구의 이전소득이 전체 월소득의 70%를 상회했다.

◆전문가들 “정년연장·연금 활성화”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는 노인빈곤 문제를 풀기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 기금의 안정적인 재원 확충 △세제지원을 통한 사적연금 활성화 △노년층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지원 △고령 근로자 지속고용 제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연금제도를 개선해 이전소득 비중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 예비 은퇴자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특별연금 제도도 구상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