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자본시장 위축 초래할 수도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조세정의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조세정의 & 리니언시 제도
‘주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여야 정치권의 주장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증권거래세는 폐지해야 하는 것인지, 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어느 선으로 결정해야 할 것인지 등이 관심사다. -2월22일 한국경제신문

☞세금(조세)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라살림(재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금전이다. 조세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부과된다. 이를 조세 법정주의라고 한다. 미국 독립전쟁의 슬로건이 됐던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는 조세 법정주의를 잘 나타내준다. 근대 국가가 성립되면서 세금을 내는 것(납세)은 국민의 중요한 의무이자 권리가 됐다.

세금은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내는 게 좋다. 바람직한 조세 제도는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는 대신 세금 부담(세율)은 적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땀흘려 일하고 부를 이룰 동기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보통 이런저런 이유로 씀씀이(지출)를 늘리고 세금을 더 많이 거두려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거두면 가계나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가 소비나 투자에 쓸 돈을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세금을 어디에 얼마나 부과하는지는 나라마다 다 다르다. 따라서 어떤 나라에서 부과되는 한 세금이 우리나라에선 부과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의 조세 체제가 불공정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전체적으로 국민의 세금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가 더 중요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문제도 조세정의보다도 효율성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주식을 사고 팔아 얻은 수익에 대해 일정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가령 A주식을 주당 1만원에 1000주를 사 1만5000원에 팔았다면 주당 5000원씩 1000주를 매매해 얻은 5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현재도 회사 지분을 많이 가진 대주주들은 주식을 팔아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지분 3% 이상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코스닥시장은 지분 5%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대상이다. 세율은 중소기업 주식이 10%이고,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은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의 경우 20% △1년 미만 보유 30% 등이다.

여야는 이 같은 과세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유가증권 상장사 지분 2% 이상 또는 시가총액 7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민주통합당 역시 비슷한 과세 강화 공약을 마련하고 있다. 개별 의원 중에는 일반 투자자인 소액주주까지 과세하자는 의견도 내놓는다. 임해규 새누리당 의원은 양도차익이 4000만원을 넘으면 과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주식 양도차익을 종합소득세(세율 6~38%)에 포함시켜 과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확대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중복 과세(이중 과세) 문제다.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 팔 때 이미 세금(증권거래세)을 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매매하면 주식 매각대금(양도가액)의 0.15%를 증권거래세로 낸다. 여기에 0.15%의 농어촌특별세가 매겨져 실질 세율은 0.3%로 높아진다. 코스닥 주식은 농특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증권거래세가 0.3% 부과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세금을 내고 있는데 또다시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면 같은 사안에 대해 두번 세금을 내게 되는 셈이 된다.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차익 과세를 한다고 할 경우 양도세가 증권거래세보다 많을지도 의문이다. 증권거래세로 걷는 세금은 3조69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한다.

게다가 매매대금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증권거래세와는 달리 양도차익 과세는 투자자별로 일일이 세액을 산출해야 한다. 주식을 사고 팔때 손해를 볼 경우는 이익에서 빼줘야 하고, 지난 연도 투자 손실을 다음해로 이월해 처리해야 하는 등 행정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개인이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의욕을 꺾고 자본시장이 위축돼 증권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정책은 감성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세금의 경우 특히 그렇다. 비용과 편익을 꼼꼼이 따져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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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 활용… 담합 자진신고하면 과징금 감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개 기업이 짠 뒤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신청하더라도 최우선 신고 기업만 과징금 감면 혜택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작년 말 법령을 보완해서 담합을 반복하는 기업에 리니언시 혜택을 주지 않기로 개선했지만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2월22일 연합뉴스


리니언시 제도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조세정의 & 리니언시 제도
☞리니언시(Leniency)는 ‘관대 관용 자비’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리니언시 제도는 사전적 의미대로 담합 행위를 한 기업들이 정부에 자진 신고하거나 정부 조사에 협조한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을 면제·감면해주는 것이다. 담합(부당공동행위)은 기업들이 서로 짜고 상품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조정해 다른 경쟁업체를 따돌리거나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선 담합 기간 동안 해당 제품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부가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담합을 막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담합은 내부자 고발이나 담합행위를 한 기업들의 협조가 없이는 혐의를 입증하기 아주 어렵다. 그래서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한 기업에 당근(과징금의 면제·감면)을 제시, 담합 기업들의 자신 신고를 유도함으로써 담합을 줄여보자는 의도다. 1978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한 이후 많은 나라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97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선 담합행위에 대해 제일 처음 증거를 제시한 업체는 과징금의 100%를, 두 번째로 제시한 업체는 50%를 면제해주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는 기업의 입장에선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로도 볼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두 공범자가 서로 협력해 범죄 사실을 숨기면 증거 불충분으로 형량이 낮아지는 최선의 결과를 누릴 수 있는데도 상대방의 범죄 사실을 밝혀 주면 형량을 감해준다는 수사관의 유혹에 빠져 상대방의 죄를 밝힘으로써 모두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담합 사실을 먼저 시인하면 처벌을 면제해 주겠지만, 혼자 부인하면 가중 처벌받게 된다’는 리니언시 제도의 특징에 따라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은 가중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담합 사실을 실토하게 되는 것이다. 리니언시 제도 도입 이후 담합 자진 신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