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회복 업종 2등株에 '해뜰날' 왔나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사상 최고인 110만5000원까지 오르며 국내 증시 대장주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0일 작년 말보다 3.02% 떨어졌다. 이 기간 실속을 차린 것은 LG전자하이닉스였다. LG전자는 이달 들어 3.36%, 하이닉스는 10.93% 상승했다.

업종 대장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2등주가 실적 개선 및 업황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급상승하고 있다. 이미 많이 오른 대장주에 비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다는 점도 2등주가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하이닉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LG전자와 하이닉스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실적 부진을 극복해 저평가 상태를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성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LG전자에 대해 “4분기 TV사업 선전과 신규 스마트폰 투입 효과로 휴대폰 사업 적자폭이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고전했던 휴대폰 부문에서 제품 구성이 바뀌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LTE폰을 중심으로 스마프폰 공급 수량이 늘어나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 탓에 한때 삼성전자와 함께 고전했던 하이닉스도 최근 봄날을 맞았다. 엘피다 등 경쟁 업체들의 고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엘피다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진 데다 D램 고정가격이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며 하이닉스의 목표가격을 2만8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올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전 분기보다 3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러브콜도 거세다.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기관 역시 지난달 29일 이후 8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포스코보다 현대하이스코

철강 업종에서는 현대하이스코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현대하이스코는 이날 4.23% 급등한 3만8200원에 마감했다. 업종 대장주인 포스코가 올 들어 0.66% 상승에 그친 반면 현대하이스코는 8.68%나 올랐다.

실적 개선과 전방산업 선전이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현대하이스코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치)는 1111억9700만원으로 3분기 963억8800만원보다 15.4% 증가했다.

주요 수요처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대수가 증가세에 있어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강판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차 생산량이 지난해 659만1000대에서 올해 719만8000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자동차용 강판 수요도 57만7000t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쌍용차가 급등하고 있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투자 확대 기대감에 6일 이후 3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반도체·자동차 중 저평가주 주목

전문가들은 실적 대비 저평가된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2등주 및 소외주가 대장주의 주가 수준을 따라잡는 키 맞추기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이미 많이 오른 종목보다 2등주 위주로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정보통신 필수소비재 자동차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이들 업종에서 그간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의 상승 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승호/김유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