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온스당 3000달러 돌파하면 대내외 증시는 어떻게 될까? 국제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금값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수없이 많지만 추세적으로는 국제통화질서와 미국 달러화 위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2차 대전이후 국제통화질서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된 이후 1970년대 초 당시 미국 대통령인 닉슨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던 이른바 ‘브레튼 우즈체제’다. 이때에는 중심통화로 달러화의 위상이 확고하고 달러화 가치도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됐던 시기다. 이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대체수요로 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었다. 달러화와 금이 동일시 됐기 때문이다. 또 세계경제와 교역규모도 크지 않아 달러화가 충분히 공급됐던 시기다. 브레튼 우즈체제 기간에 달러화와 금값의 움직임을 보면 동일한 궤적을 그리면서 괴리가 거의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금값의 장기 트렌드 자료 : 국제통화기금 하지만 세계경제 발전과 글로벌화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세계교역 규모가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면서 달러화 가치도 더 이상 금으로 보유할 수 없었다. 이 점이 닉슨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배경이다. 그 후. 국제통화질서는 과도기인 ‘스미스 소니언 체제’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에는 달러 가치가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달러화 가치와 금값 간에 괴리현상이 발행했다. 현 국제통화질서인 자유변동환율제가 정착된 것은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다. 이 시기에 각국의 통화가치는 원칙적으로 자국 내 외환수급 여건에 맡겨 결정되도록 했다. 물론 달러화 가치도 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엄밀히 따진다면 달러화와 금 간에 대체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자유변동환율제 전환 이후 각국의 통화 가치가 자국내 외환수급 여건에 맡겨졌으나 외환보유나 결제통화 구성비중으로 보면 달러화가 여전히 제일의 중심통화 역할을 담당해온 ‘신(新)브레튼 우즈체제’가 지속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달러화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대체수요로 금 보유가 늘어나면서 국제 금값이 추세적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달러화 가치와 금값 간에 괴리현상이 벌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8년에 발생했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사태였다. 이때를 계기로 달러화의 위상이 급격히 떨어지고 달러화 중심의 신(新)브레튼 우즈체제도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수퍼 스파이크’와 상승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수퍼 사이클’ 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지만 달러 가치의 움직임이 여전히 심상치 않다. 특히 올 들어 재스민 혁명, 유럽재정위기, 일본 대지진 사태가 잇달아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중심통화로 거론돼온 유로화, 위안화에 대해 약세현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미국 달러화 지수와 국제 금값간의 상관관계 자료 : 블룸버그, 한국은행 최근 들어 중심통화로 달러화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이다. 무엇보다 당사국 요인으로 미국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라 볼 수 있다.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의 탈달러화 조짐도 가세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계기로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보유에 따른 부담 등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탈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이론적으로 특정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된다.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특히 달러화와 같은 중심통화가 평가절하하면 그 충격은 커진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전쟁을 줄이기 위해 논의돼 왔던 안정책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경상수지 예시 가이드라인’도 적자만 규제하던 종전과 달리 흑자에 대해서도 규제하고 있으나 자본주의체제의 본질상 흑자국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는 방안이다. 앞으로 새로운 중심통화 논의는 빨라지고 국제통화질서도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브레튼 우즈체제가 균열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중심통화 논의는 ‘투 트랙’으로 진행돼 왔다. 하나는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된 방안들이다. 중국이 제안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과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의 테라(Terra), 글로벌 유로화 방안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동통화 도입 논의다. 현재 지역공동체가 결성돼 있는 곳은 대부분 공동통화 도입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진전이 빠른 곳은 실행에 옮기는 단계다. 아시아, 중동, 남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 유로화 구상이 그것이다. 아시아만 하더라도 1980년대 이후 엔화 블록권->엔민폐(엔화+인민폐)->아시아 유로화순으로 꾸준히 논의돼 왔다. 특정통화가 지역공동통화 혹은 새로운 중심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래적 기능과 지역 혹은 범세계 중심통화로서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화폐가 가져야 할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단위 등의 본래적 기능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혹은 세계 중심통화는 특정국 국민 이외에도 같은 지역 블록 혹은 전세계 국민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역 혹은 다자 기능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춰 특정통화가 지역공동통화 혹은 새로운 중심통화로 도입돼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가능하다. 유럽의 경우 유로화가 도입되기까지 길게는 20세기 초 자유사상가에 의해 첫 통합을 구상한 시점부터 따진다면 100년 이상이 소요됐다. 유로화도 공식적인 지역공동통화로 도입된 지 10년이 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렇다면 달러화 약세를 계기로 노출되고 있는 현 국제통화질서의 균열조짐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준의 달러 약세 폭과 새로운 중심통화를 동시에 인정하는 1980년대 중반의 ‘플라자 체제’와 같은 새로운 국제통화체제가 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이 앞으로 국제 금값을 전망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요인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국제통화제체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명시적인 합의 형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80년대 중반과 달리 각국 간 경기회복세 차이로 유럽, 일본 등은 더 이상의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내용도 중국이 약 50%를 차지할 만큼 많이 변했다. 2010년대 들어 새로운 국제통화체제가 다시 올 경우 명시적이기 보다는 묵시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중심통화도 중국의 위안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수정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바마 정부가 기존의 기득권을 양보하고 출범 이후 줄곧 위안화 절상을 주장해 왔던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파악된다. 2차 대전 이후 ‘브레튼 우즈→스미스 소니언→킹스턴 혹은 신(新)브레튼 우즈체제’로 대변되는 달러중심체제의 균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경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급여건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특정국에 쏠려있는 금시장의 특성상 증시 모습과 상관없어 그때그때 발생되는 재료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금값의 고공행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뉴스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