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 "GDP 0.5% 녹색 투자, 40년 뒤 화석연료 불필요"
풍력 발전설비 부문 글로벌 1위 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의 디틀레프 엥겔 대표는 10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B20) 사전 인터뷰에서 "녹색 에너지가 비싸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연간 5570억달러에 달하는 화석연료 관련보조금만 녹색 에너지 쪽으로 돌려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엥겔 대표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5%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면 2050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을 0%로 낮출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덴마크 정부의 최근 용역보고서를 예로 들며 녹색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 각국 정부 당국자들의 생각만큼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정부 예산의 4~5%가량을 연구 · 개발(R&D) 지원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중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부문으로 돌리면 이산화탄소 문제 해결과 친환경 산업 발전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엥겔 대표는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으로 미국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콜로라도주를 꼽았다.

그는 "콜로라도 주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전기 중 3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풍력 분야에 기존 주력산업인 석탄 분야 이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베스타스는 콜로라도주에 4곳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시장과 관련,엥겔 대표는 "풍력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풍력은 수력과 더불어 가격이 저렴한 발전 방식으로 꼽힌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이뤄진 대규모 발전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풍력 발전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친환경 산업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이전에 조선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한국이 엔지니어링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이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엥겔 대표는 비즈니스 서밋에서 '녹색 일자리' 소주제 컨비너(좌장)를 맡고 있다. 그는 "국가별로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친환경 산업과 관련된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한국을 찾는 G20 정상들에게 한 시간만 시간을 주면 직접 해당 국가를 방문해 각국의 상황에 맞는 친환경 산업 발전 방안을 설명하겠다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엥겔 대표는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04년 24억유로였던 베스타스의 매출은 지난해 말엔 66억유로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금 이 시간에 세계 어딘가에는 세 시간마다 한 대씩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고 있다"는 말은 엥겔 대표의 업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올해 초 하버드 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탁월한 100대 경영인(The 100 Best-Performing CEOs in the World)' 중 9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