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는 14일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이어 공기업과 금융사들에 대한 신용등급도 일제히 A2에서 A1으로 한단계 높여 조정했다. 등급이 올라간 공기업은 한국전력과 도로공사,가스공사,석유공사,수자원공사,광물자원공사,코레일 등 7개이고,금융사는 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정책금융공사,주택금융공사,농협 등 10곳이다.

금융사들의 경우 등급전망은 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안정적'을 유지했다. 산업은행은 민영화 리스크를 반영해 기존의 '부정적'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당초 지난해 2월 이들 금융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일제히 낮췄다. 은행의 외환 조달에 대한 정부 의존도를 살펴볼 때 한국 은행들의 등급이 정부 등급보다 높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서 금융사들에 대한 신용등급도 원상 복귀시켰다.

이성희 JP모건 체이스 서울지점 대표는 "올들어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주식과 채권을 매입할 당시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과 이에 따른 은행들 신용등급 원위치도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면서 "무디스가 이를 확인해줬다는 점은 국내 은행의 평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예상된 결과라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신용등급 조정으로 외화조달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홍렬 국민은행 자금부 팀장은 "사실상 지난해부터 CDS프리미엄이나 한국물의 유통수익률이 개선되고 있었다"면서 "이번 무디스의 발표는 시장 예측을 사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환 기업은행 자금부 차장도 "일단 자금조달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신규로 달러표시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큰 기관투자가들은 국가 리스크 때문에 매입한도를 설정하는데 신용등급 상향으로 한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번 신용등급 상향으로 구체적인 조달비용이 얼마나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준식 외환은행 외화자금 팀장은 "어느 정도 하락할지는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며 "단기 차입도 가산금리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에 자금을 주지 않던 해외은행들이 신규자금을 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뿐 아니라 기업들 해외차입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승남 우리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지금은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 자금조달 자체가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자금을 빌리는 조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글로벌 채권 발행 당시 조건은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1.50~1.55% 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줬다. 특히 지난달 신한은행이 올들어 시중은행 최초로 7억 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공모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물에 대한 회피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우리은행도 서해 초계함 침몰사건에도 불구하고 5억 달러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국내 은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확인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이번신용등급 상향조치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금융사들의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외국인투자 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CDS프리미엄 및 한국물 채권 유통금리의 하락과 함께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차입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심기/정재형/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