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달라졌지만 해외여행을 할 때면 늘 선물이 고민이던 시절이 있었다. 바쁜 일정에도 가족과 친척의 얼굴이 떠오르고 상사나 동료들도 그냥 지나치기는 서운했었다. 요즘은 해외여행 기회가 많아 굳이 선물을 사야 할 필요성이 적어졌다. 그러나 여행은 해외 여행이든 국내 여행이든 보는 즐거움,먹는 맛과 함께 쇼핑의 기쁨이 있어야 왠지 구색을 갖춘 여행처럼 느껴진다. 부담 없는 범위 내에서 작지만 독특한 현지 특산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은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무엇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지 보도한 기사를 읽었다. 일본인은 김치와 김,유자차 등의 식품을,중국인은 손톱깎이를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우리 김치나 농수산식품을 고르는 풍경은 여러 번 보아온 바 있어 특별한 느낌이 없었으나 손톱깎이가 중국인들이 여행 가방 속에 챙겨가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알고 보니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초코파이,88담배,손톱깎이,화장품 등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우리 여행객들이 중국으로부터 중국술이나 차를 들고 오고,일본에서는 화 과자와 일본 술을 사가지고 오는 것처럼 중국인은 한국에서 손톱깎이를 구매하고 있다.

손톱깎이를 중국인이 선호하는 이유는 주룽지 전 총리가 제품을 들어 보이며 본받자고 했을 정도의 우수한 품질에 있다고 본다. 우리도 우리 제품의 품질 수준이 세계 수준에 이르지 못한 시절에는 해외여행 때 미국의 트림이란 제품을 선물로 사오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끝없는 기술개발로 세계 정상의 품질 수준을 확보함으로써 이제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사실 오늘의 수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손톱깎이 날 부위 등 핵심 기술 개발과 독특한 디자인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다.

손톱깎이와 같은 생활용품들은 가격이 비싸지 않아 자동차나 조선,휴대폰,TV 등의 주력 산업 및 전자제품보다는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지속적인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부류의 제품들이 아닐까. 자주 사용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품질에 감탄하게 함으로써 국가적 이미지를 올리는 제품들 말이다.

손톱깎이의 사례를 거울 삼아 제2,제3의 우수 제품들이 관광 상품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를 다녀가는 해외 관광객 1000만명의 가방 속에 우수 제품 생산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넣어 주어야 하겠다. 한국을 다녀가는 방문객이 우리 제품을 쓸 때마다 지을 만족스런 표정과 행복한 미소를 상상해 본다.

심윤수 철강협회 부회장 yoonsoo.sim@eko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