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당시 알짜배기 빌딩들을 헐값에 해외에 매각했던 한국 회사들이 이번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 랜드마크 빌딩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15일 영국계 글로벌 은행인 HSBC 본사 빌딩 'HSBC타워'를 7억725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빌딩은 45층짜리로 런던 신금융중심인 카나리워프 한복판에 있는 영국에서 가장 비싼 빌딩이다. 국민연금은 이 빌딩을 지금처럼 HSBC가 그대로 사용토록 17년6개월간 임대하고 임대료는 연간 4600만파운드(약 887억원)를 받기로 했다. 1조5000억원은 국내 해외 부동산 직접투자 사상 최고액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이달 초 '40 그로스버너 플레이스'와 '88 우드 스트리트' 등 런던의 빌딩 2곳을 350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 7월에는 일본 도쿄의 4600억원짜리 빌딩을 공동 인수했다.

9월에는 금호종금 컨소시엄이 뉴욕 맨해튼 월가에 있는 AIG 본사 빌딩을 1억5000만달러(약 174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월가의 대형 빌딩을 매입한 첫 사례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