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금보험에 가입한 30대 중반의 직장인 김모씨는 5년 전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연금보험을 들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소득이 좀 더 많아지면 연금보험에 가입하자는 것이 당시 그의 생각이었지만 5년이 지나고 보니 현금 흐름에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고 보험료만 비싸졌다.

한순간의 판단이 노후 대비를 어렵게 만들 수도,쉽게 만들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무설계에서 일반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재무목표 달성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재무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네 가지 함정과 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정리했다.


◆'재무설계는 여유가 생긴 다음에?'

재무설계는 여윳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당장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도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위한 재무설계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유가 있다면 왜 굳이 재무설계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여유가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재무설계라는 얘기다.

특히 노후자금 마련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5세인 사람이 매달 34만5000원을 연 12%의 수익률로 운용하면 65세까지 10억원을 모을 수 있다. 이에 비해 40세인 사람이 65세에 10억원을 손에 넣으려면 매달 62만5000원을 투자해야 한다.

노후자금 마련 시기를 뒤로 미룬다고 해서 월 저축액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득 증가 이상으로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장이 30대인 세대의 월 평균 소득은 340만원으로 가장이 40대인 세대의 365만5000원보다 25만원 이상 적다. 그러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성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의 비율인 가계수지 흑자율은 30대 세대가 22.3%로 40대 세대의 19.2%보다 높다. 결과적으로 30대 세대는 한 달에 75만원을 저축할 수 있지만 40대 세대는 70만원밖에 저축할 수 없다.


◆슈퍼개미의 환상

대박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교석 삼성투신운용 전략영업팀장은 최근 투자설명회에서 "주식투자를 하려면 직접투자는 하지 말고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하라"고 말했다. 고수의 비법을 듣고 싶었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찍어달라고 재촉했지만 '주식투자 경력 25년'이라는 이 팀장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개인 투자자는 직접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직접투자로 원금의 수백배를 벌어들이는 '슈퍼개미'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슈퍼개미의 사례는 전체 개인 투자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평범한 개인 투자자가 대규모 자본을 움직이는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틈바구니에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슈퍼개미 만큼의 수익은 낼 수 없어도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록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펀드도 큰 손실을 경험했지만 직접투자보다는 안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팀장은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는 동안 펀드는 대부분 원금을 회복했지만 펀드를 깨고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들의 수익률은 펀드 수익률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쳐야 할 先소비,後저축

단기 고수익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면 그 다음엔 지출을 줄여 저축 및 투자액을 늘릴 생각을 해야 한다. 윤기림 SK모네타 컨설팅팀장은 "쓰고 남은 돈을 모은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저축부터 한 다음 남은 돈으로 소비한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재무설계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계부 쓰기다. 지출 규모와 내역을 알아야 어느 부분에서 얼마만큼의 지출을 줄일지 결정할 수 있다. 모네타(www.moneta.co.kr)나 머니플랜(www.moneybook.co.kr) 등 재테크 포털,국민은행(www.kbstar.com) 등 은행 홈페이지에 가면 인터넷 가계부를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 가계부는 지출액 합계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고 매월 지출 현황을 그래프나 표의 형태로 보여줘 편리하다.

구매 욕구를 억제하기가 어렵다면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쓰는 것도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체크카드는 결제계좌의 잔액 내에서만 쓸 수 있고 할부구매가 안 되기 때문에 무절제한 소비를 막는 효과가 있다.


◆자녀 사교육 올인도 문제

재무설계의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자녀 교육비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 ·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가정에서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재무설계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건 다 줄여도 자녀 교육비는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노후 준비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자녀 교육비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모가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했을 경우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필요 이상의 사교육비를 쓰는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