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이 노후를 대비해 가장 선호하는 창업 아이템 중 하나가 피자점이다. 하지만 미스터피자,도미노피자 등 인기 브랜드는 현금을 싸들고 가도 서울 시내에 신규 매장을 잘 내주지 않는다. 가맹점과의 계약에 따라 기존점에 대한 영업권을 인정해줘야 하므로 신규 점포를 낼 만한 상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피자는 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대중화됐다. 10조원 규모의 국내 외식 시장에서 피자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0%를 넘어섰지만 아직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이경도 헬로파파 사장은 "대형 브랜드로는 서울에서 새 점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지만 천연 식재료를 사용한 웰빙 피자와 중저가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틈새시장은 많다"고 말했다.

◆'빅3' 치열한 선두쟁탈전

피자 시장 확대의 1등 공신은 미국계 피자헛이다. 피자헛은 1985년 서울 이태원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 20여년간 정상을 지켜오다가 지난해 미스터피자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매장 수가 한때 340개에 달했으나 이달 현재 310개로 줄었다.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피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1990년 창업한 미스터피자는 '수타,스크린' 방식의 조리법을 도입,한국인에 맞는 담백한 맛을 내세워 1위로 올라섰다. 매장 수는 363개에 달한다. 임병혁 미스터피자 이사는 "영호남 등 지방 도시에는 신규점을 개설할 장소가 많다"며 "연말까지 380개로 늘리고 장기적으로 45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9년 등장한 도미노피자는 배달피자 전문점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배달 주문이 늘면서 올 들어 매장이 20여개가 늘어 330개를 넘어섰다. 도미노피자는 전국 어디서나 '30분 내 배달'을 강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소업체,차별화로 승부수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는 100개가 넘는다. '빅3'에 비해 브랜드와 자본력에서 열세인 중소 업체들은 국내산 재료와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헬로파파,빨간모자피자,임실치즈피자,피자에땅,59쌀피자 등이 선전하고 있다.

헬로파파는 갤러리아와 롯데백화점 등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가 4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100% 우리 밀과 끓이지 않은 생 토마토를 사용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고 있다. 임실치즈피자는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임실산 치즈와 국내산 쌀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빨간모자피자는 1992년 창업 이후 고급 토핑 재료와 올리브유를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저가로 승부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피자에땅은 피자 한 판을 주문하면 추가로 한 판을 주는 '원+원' 전략으로 서민층 지역에서 매장을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59쌀피자도 한 판에 5900원을 받고 있다.

◆최적 모델은 부부 창업

피자점 입지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이 가장 이상적이나 임대료가 비싼 것이 문제다. 따라서 대로변은 아니더라도 대규모 아파트 등을 가진 상권이 좋다. 학생들이 급식이나 간식용으로 주문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학교 인근도 적당하다. 외식보다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소비 트렌드도 고려해야 한다. 김희주 도미노피자 상무는 "전체 피자 시장에서 배달이 60%로 더 많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상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며 "영업활동을 열심히 하면 배달전문점으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피자점을 희망하는 사람 중에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 형태를 원하는 창업자들이 많지만,외식업으로 성공하려면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병혁 미스터피자 이사는 "점주가 영업에 전념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며 "수도권의 경우 새로 생기는 신도시에 사업 기회가 많으며,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게 최선의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