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구촌의 '경제 우등생'으로 거듭나고 있다. 1년 전 만해도 한국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입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 선까지 폭등했고,수출은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과 기업들의 경영혁신에 힘입어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다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들이 부러워하는 위기 극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앞다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였고,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IMF는 지난 4월 -4.0%로 전망했던 올해 성장률을 이달 1일 -1.0%로 올렸고,내년 성장률도 당초 2.5%에서 3.6%로 높여잡았다.

이 같은 경제 회복은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견인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의 평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의 브랜드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 가치평가 결과,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75억1800만달러로 2계단 상승한 세계 19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46억400만달러)도 3계단 오른 69위로 평가됐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음을 반영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선전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는 증거다.

브랜드 전략의 대가인 데이비드 아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하스경영대학원)는 "불황이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고객들은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기업은 브랜드 경영에 전사적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조사에서도 경기 침체기에 '넘버 원'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브랜드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소비자포럼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선정한 '2009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기업들의 브랜드력 강화를 유도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 2003년 제정된 이래 7회째를 맞는 브랜드 대상은 한 해 동안 소비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며 고객만족을 통해 '대한민국 넘버 원 브랜드'의 위치를 지킨 업체들을 선정 · 발표하고 있다.

부문별 수상 브랜드를 보면 가전 부문에선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력,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글로벌 1위 모니터의 위상을 다진 삼성전자의 '삼성싱크마스터'가 3년 연속 수상했다. 운송서비스에선 국내 최대 운송기업인 금호산업 고속사업부의 '금호고속'이 7년 연속 수상했다.

금융서비스 부문은 감성 마케팅으로 자동차보험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현대하이카다이렉트자동차보험'이 4년 연속 수상했고,신용카드에선 고객만족 경영으로 경쟁력을 높인 '신한카드'가 선정됐다.

레저서비스 부문에서는 레저업계 선두 기업으로 명성을 잇고 있는 '대명리조트'가 5년연속 뽑혔다. 생활서비스 부문에서는 고용시장 정보를 선도하는 '잡코리아'가 수상했다.

외식서비스 부문에서는 식품업계 최초로 '소비자 품질보증제'를 실시한 '교촌치킨'과 베이커리 업계 선두인 '파리바게뜨',피자업계 '넘버 원' 브랜드로 도약한 '미스터피자'가 각각 선정됐다. '롯데햄',석수와퓨리스의 '석수',웅진식품의 '대단한 콩' 등도 식음료 부문에서 올해의 브랜드로 뽑혔다. 유통 · 패션 부문에서는 '하이리빙'이 7년 연속 선정됐고,'마리오아울렛'도 5년 연속 수상했다.

지난 30년 동안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피죤'은 4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의료서비스 · 제약 부문에선 붙이는 관절염 진통소염제 시장을 개척했고 세계 5개국으로 수출되는 글로벌 브랜드 '케토톱'이 7년 연속 수상했다. 1983년 출시 이래 비타민C 제품의 대명사로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경남제약의 'C레모나'도 수상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