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무풍지대'로 각광받고 있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매년 높은 성장률을 일구고 있는 업체들이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아모레퍼시픽 · LG생활건강 · 더페이스샵 등을 포함,신생 브랜드숍 화장품까지 가세해 해외 여성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화장품 글로벌화의 중심에는 선두업체 아모레퍼시픽이 있다. 1964년 국산 화장품을 최초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이후 1997년 '롤리타 렘피카'의 성공을 계기로 중국 · 일본 · 미국 · 홍콩 등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를 모토로 해외 매출 1조2000억원,2015년까지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사업부문에서 연평균 24%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26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올해 316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역별로 주력 브랜드를 정해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라네즈'를 '아시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백화점 유통망을 공략,고급 브랜드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홍콩에선 한방화장품 '설화수'도 지난 6월 홍콩 설화수 플래그십 매장에 최고급 시설을 갖춘 스파 매장을 선보였으며,하비니콜스 · 세이부백화점 등 고급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진출해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의 활약이 단연 눈길을 끈다. 1997년 베트남 현지기업 보카리맥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3월 화장품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고급 화장품 '오휘'와 '후'로 시세이도 · 랑콤 · 에스티로더 등을 제치고 현지시장의 16%를 점유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성공 요인으로는 △적극적인 한류 마케팅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 △철저한 고객관리 시스템 등이 꼽힌다. LG생활건강은 특히 베트남 VIP층을 공략한 최고급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최고 상류층을 타깃으로 국산 최고가 크림인 '후 환유고(국내가 68만원,현지가 770달러)'를 출시해 두 달 만에 500여개를 팔아 1인당 소득이 800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에서 화제를 모았다.

저가 브랜드숍 화장품들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더페이스샵은 2004년 대만 · 싱가포르 ·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한 이래 현재 19개국에 210여개 단독 매장과 유통체인 60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국가별 유통채널 다변화 전략에 따라 작년 상반기 미국 홈쇼핑채널 HSN과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 '월그린스'에 입점했다. 특히 실용적인 소비 취향을 지닌 미국 소비자들에게 마스크시트 10종이 단연 인기다. 2005년 진출한 일본에선 지난 1월 홈쇼핑채널 'QVC 재팬'에서 '플레보떼 콜라제닉 70 크림'으로 대박을 낸 데 이어 지난 9월 일본 '도큐핸즈''소니 플라자' 등 버라이어티 숍 180여개 매장에 진출했다.

에뛰드하우스는 태국에서 '왕실이 사용하는 화장품'으로 통한다. 2007년 진출해 현지 패션 아이콘인 태국 공주가 에뛰드하우스 마니아로 알려지면서 태국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보다 40%가량 비싼 가격에 내놓고 있지만 바비 브라운 같은 유명 수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신생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도 론칭 2개월 만인 지난 6월 대만에 진출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현재 타이베이 시먼딩 중심에 99㎡ 규모의 매장을 열고 하루 평균 1000만~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