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팬들의 힘 없으면 책 못 썼을 것"
"제가 뭔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다면 그 힘은 모두 팬 여러분에게서 받은 것이죠."
29-30일 이틀 동안 일본 도쿄돔에서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방송기념 이벤트와 포토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의 출판기념회를 연 배용준은 얼마 전 앓았던 패혈증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듯 눈 아래가 가뭇했고, 얼굴도 약간 부어 있었다.
배용준은 30일 행사 직후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족'이라 부르는 팬들의 응원 덕분에 이번 행사도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행사 전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와도 10여분간 환담을 한 배용준은 여사와 한국 문화와 양국 문화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그는 "책을 쓰느라 다음 드라마 작품에 대한 신경을 거의 못 썼다"며 "서울에 돌아가면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행사를 마친 소감은?
--사실 나의 능력에 대해 자신이 없다.
나는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뭔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 힘은 모두 가족 여러분에게 받은 것이다.
항상 힘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
--사실 어제오늘 일정을 소화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몸이 많이 회복되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약을 먹고 있다.
얼마 전 입원했을 때 신종플루 검사도 했었다.
다행히 신종플루는 아니고 패혈증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게 된 계기는?
--해외 팬들이 한국에 와서 촬영장만 있다가 돌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또 개인적으로도 과거에 무엇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여기 있는지 궁금했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 부인 미유키 여사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문화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미유키 여사가 한국어로 인사말도 하시더라.
▲얼마 전 농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몇 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해왔던 얘기다.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모이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 쓰는 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료를 수집하는 기간이 힘들었다.
책을 거의 150권 정도 읽었다.
또 글 쓰는 3달 정도는 거의 잠을 못 이뤘다.
▲전문가들이 '포스트 배용준'이 불가능할 정도로 독보적이라고 평한다.
--감사할 뿐이다.
사실 대중들의 반응에는 이미지가 많이 반영된다.
다만 앞으로 '한류'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일방적인 표현인 것 같다.
한일 양국이 교류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한국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 같다.
▲한국인 팬들도 많이 왔던데?
--행사 때도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한국에서 해준 것도 없는데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그 모습을 보니 정말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 일본에 왔을 때 우연히 만난 교포 한 분이 울면서 내게 감사하다고 하더라. 태극기를 보면서도 뭉클했다.
내 근본 바탕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연기를 다시 해보니 어떤지?
--처음엔 '겨울연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서 망설였다.
비슷한 작업을 또 한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았다.
대본만 받아서 집에 왔는데, 그날 대본을 다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갑자기 사랑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겨울연가'는 정말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7년 전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광고 문구처럼 '지금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인데, 자신에게 아직 부족한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아내! (웃음) 농담이고, 사실은 가진 것들도 언젠가 줄여나갈 거라 생각한다.
어느날 문득 이 집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가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배고플 때 음식이 맛있듯이 약간 부족해야 행복하지 않겠나.
▲7년 전 거의 변함없는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좋은 마음, 좋은 생각을 하고 살 뿐이다.
▲책을 쓰면서 여러 선생님께 어떻게 진정성을 보였나?
--억지로 추진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전용복 선생님을 만나뵌 것도 그렇다.
옻칠에 대한 자료를 찾다 없어서 고민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신문에 선생님 기사가 나오더라. 사람의 인연이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일과를 소개해 달라.
--일찍 일어나면 7-8시, 늦으면 10-11시쯤 일어난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집에서 1시간 정도 운동한다.
이후에는 샤워하고 나서 책을 보거나 도자기를 만든다.
단조로운 생활이다.
▲결혼 계획은 어떻게 되나?
--2007년 어느 시상식에서 "3년 안에 할 것 같다"고 했었다.
내년이 벌써 그 3년째다.
그런데 생활이 이렇다 보니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일본어로 엽서도 쓰고 인사도 했는데?
--가수가 아니라서 춤추고 노래할 수는 없고, 대신 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다 낸 아이디어다.
다행히 좋아해 주시더라. 사실 가족 분들과 일본어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패혈증으로 열이 난 뒤 많이 잊어버렸다.
일본어와 영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할리우드 진출을 생각하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해 살 뿐이다.
▲다른 언어로도 책을 출판할 계획이 있나?
--영어 출판 계획이 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책도 생각하고 있다.
점자 책은 그냥 제공하게 될 것 같다.
▲최지우 씨와 앞으로 작품 계획은?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일도 있고 해서 앞으로 최지우 씨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책 때문에 다 미뤘었다.
한번에 두 가지 일을 잘 못한다.
5일께 서울에 돌아가면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다.
팬들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 같다.
하루빨리 인사드리겠다.
(도쿄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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