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50여 SK㈜ 임직원 휴대폰으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동시에 도착했다. 박영호 SK㈜ 사장이 보낸 기프티콘(선물교환 메시지) '깜짝 선물'이었다. 기프티콘에는 박 사장의 캐리커처와 함께 "항상 업무에 바쁜 여러분께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커피와 도넛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나른한 오후, 의외의 메시지에 사무실 이곳 저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임직원들 역시 '정말 사장이 보낸 메시지 맞냐'며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사장의 '펀(fun)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초 개설한 SK㈜ 사내 게시판에 행복공장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회사는 재미있는 곳이어야 한다. 동료들과 신바람 나서 즐겁게 일하는 곳,그런 회사가 성공하고 그런 구성원들이 행복하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펀 경영이야말로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터주는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사장의 펀 경영은 기프티콘과 같은 깜짝 선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 월드컵 최종 예선 한국-사우디 전을 앞두고 사내 인트라넷에 선착순으로 동반관람을 제안,임직원 12명과 상암구장을 찾았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지주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임원 및 팀장급 구성원들이 많아 다소 보수적 문화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펀경영을 적극 실천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간 더 많은 대화가 이뤄지도록 사무실 각층마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는 '리프레시존(refresh zone)'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