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 일부는 정치를 증오하고,나머지 다수는 정치에 무관심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정치'는 단지 '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이고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중간고사 시험범위'일 뿐이다.

원래부터 우리나라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최대 규모의 전국적 민족운동으로 불리는 3 · 1운동과 광주학생 항일운동의 주도 세력은 다름 아닌 고등학생이었다.

광복 이후 계속된 민주화 운동에서도 그 중심에는 교복부대가 있었다.

그래서 '학생이 일어나면 역사가 뒤집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청소년 참정의 역사를 볼 때,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매우 '이상한 일' 이다.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가.

우리나라 청소년은 너무 바쁘다.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하나의 사치일 뿐이다.

게다가 관심을 둘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고등학생,중학생들은 1991~96년에 태어나 민주주의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누려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청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장년이 된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막연한 혐오감이 이어져 사회 전반에 자리잡게 된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그것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투표율이 60%대에 불과했던 것은 무관심과 혐오감의 표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은 무관심하고 움직이지 않는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의 민주주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청소년들의 관심을 다시 정치로 불러들여 '무관심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청소년이 '학교'라는 가장 효율적인 교육 기관에 소속되어 있을 때부터 선거권을 갖게 된다면 교육을 통해 올바른 정치의식을 정립할 수 있다.

현행 선거법은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병역 자원 입대는 17세,운전면허는 18세,혼인 연령은 18세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유달리 선거 연령만큼은 엄격하다.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미숙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태어나서 겪어온 공식적인 정치행위라고는 학급 반장선거가 전부였던 청소년들에게 대뜸 '성숙한 정치의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까.

먼저 참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나수정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3년) crystal247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