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0 핸드볼 유스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시합을 얼마 앞두고 청소년 대표 선수단에 1인당 7~8벌의 유니폼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최태원 SK 회장.선수들의 유니폼이 두 벌밖에 없어 일정이 빡빡한 대회기간이면 으레 빨아입고 출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보낸 것이다. 이에 고무된 덕분일까. 남녀 대표팀은 전승행진을 이어가며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12월 핸드볼협회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선수들의 처우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는 것은 물론 취임 1년도 채 안돼 핸드볼 전용경기장 조성을 비롯해 국제대회 유치,핸드볼발전재단 설립,실업리그 출범 등 굵직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스포츠계 안팎에선 최태원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SK식 경영'이 핸드볼협회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식 경영이란 스피드와 유연성,소통경영을 골자로 한 최 회장의 경영방침이다.

핸드볼협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1월9일.태릉선수촌을 찾은 최 회장은 직접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선수들에 공을 건네주고 골키퍼를 향해 드로를 시도하는 등 함께 땀을 흘렸다. 당시 그의 유니폼 등번호(22)도 화제가 됐었다. 22는 행복(幸福)의 한자 획수.이윤 추구를 넘어 고객과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는 SK의 '행복경영'을 뜻하는 상징적인 숫자다.

핸드볼계의 숙원사업들도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강력한 추진동력이 없어 핸드볼 전용경기장 건립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취임 후 4개월 만에 핸드볼 발전재단을 발족시켰다. 여세를 몰아 지난달 24일 핸드볼협회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핸드볼 전용경기장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연성을 강조하는 최 회장의 결단도 양해각서 체결에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부지 물색 과정에서 진통을 겪다가 올림픽 펜싱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핸드볼 전용경기장으로 활용하는 절충안을 도출해낸 것.

최 회장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SK식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1~2개월 단위의 초단기 경영계획을 세우는 '시나리오 플래닝'도 이때 나왔다. 올해 3월에는 20여 곳의 주요 계열사를 일일이 방문해 임직원들의 애로를 듣고 위로하는 소통경영에 주력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