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능수능란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감세 정책,4대강 살리기,출구전략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문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반면 의원들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윤 장관에게 소위 '꽂히는' 질문을 하지 못했다. 특히 질문이 집중된 4대강 살리기 분야에선 '이 경제난국에서 4대강 살리기를 국가 사업의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는가'라는 추궁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윤 장관은 "지금 어렵다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경부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을 지을 때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법인 · 소득세 인하 유예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묻는 질문은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1일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서울 관악구 갑)이 이에 대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통상 의원들이 현안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관심이 없거나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다. 윤 장관은 이 문제 역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낮은 세율 · 넓은 세원'을 추구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해 당초 마련했던 감세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며 원칙적인 대답을 내놨다.

지방재정에 대한 논란에서도 윤 장관은 별다른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이 "지방 세수 감소로 국민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앙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하자 윤 장관은 "중앙정부가 어려워져도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싱거운 포럼이었다. 왜 포럼을 열었는지 궁금해졌다. 바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장관과 국회의원들이 알맹이 없는 토론으로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얘기가 없었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향후 실물경제와 정책변화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인사이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달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쳐온 지 1년이 되는 달이다. 주요 국가들의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는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상충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난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시작된 정기국회가 경제정책포럼의 재판이 안 되기를 바란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