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은 음식점과 더불어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창업아이템 중 하나다. 모든 성인 남녀가 고객일 정도로 수요층이 넓고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마진율도 높다. 게다가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특별한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생존경쟁은 치열하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주점은 소비자 취향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창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점시장은 웰빙바람

"건강을 고려한 부드러운 웰빙 술이 대세입니다. " 서울 신림역 부근에서 퓨전전통주점 '짚동가리쌩주'(왼쪽 사진)를 운영 중인 박종애 사장은 웰빙 전통주 '쌩주'를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30~40대는 약주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선비주',20대는 새콤달콤한 맛의 '아씨주'를 즐긴다. '짚동가리 쌩주'는 국산 찹쌀과 오미자 등 몸에 좋은 한약재를 사용했으며,효소가 살아 있어 숙취가 없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석류 키위 딸기 등 생과일을 넣어 만든 쌩주 칵테일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몸에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막걸리 등 전통주점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

술뿐만 아니라 안주도 웰빙 메뉴들이 인기다. 홍합요리 전문주점 '홍가'는 모든 안주 메뉴에 몸에 좋은 홍합을 이용한다. 홍합은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있게 가꿔주며,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을 즐기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남 여수에서 직배송되는 신선한 국내산 홍합을 사용한다.

◆차별화된 아이템 인기

'크림 생맥주''사케' 등 개성있는 스타일로 여성 고객들을 공략하는 주점도 늘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맥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차별화된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플젠'(오른쪽)은 여성 고객을 겨냥해 크림생맥주를 선보였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윤철씨(36)는 "순수 얼음만으로 냉각한 맥주 위에 부드러운 크림 거품을 얹어준다"며 "카푸치노 커피처럼 감미로운 맛을 느끼게 해줘 여성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오뎅사케'는 10여가지 이상의 니혼슈(청주)를 갖춘 사케요리 주점이다. 니혼슈는 알코올 도수가 13~17도로 낮아 가볍게 즐길 수 있고,생산지에 따라 맛도 다양해 와인처럼 마니아가 늘고 있는 추세다.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 신세대 젊은 여성들로부터 특히 인기가 높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감성을 자극하는 테마주점도 뜨고 있다. '천둥'은 기존 주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연'을 테마로 도입했다. 발밑으로 흐르는 개울,귓가를 울리는 천둥소리 등은 야외로 소풍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시푸드 테마펍 '럼보트'는 매장 전체를 캐리비언해안과 범선으로 꾸몄다. 종업원들은 해적 · 선원복장을 하고 서빙한다. 퓨전선술집 '짱구야 학교가자'는 1970~80년대 교실을 테마로 하고 있다. '스포츠&비어 서유기'같이 스포츠를 테마로 한 주점도 증가하고 있다.

◆분위기와 추억을 팔아야

주점은 '술'이 아닌 '분위기'와 '추억'을 파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20~30대 여성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취향에 맞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요리로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창업 비용은 상권에 따라 다르지만 99㎡(33평) 기준으로 6000만~8000만원(점포비용 제외) 정도 든다. 역세권 번화가나 대학가 등이 적당하다. 주점은 밥집에 비해 테이블 회전율이 낮아 유동인구가 많고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오는 곳을 골라야 한다.

창업에 앞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취객을 응대하는 업종인 만큼 서비스 마인드와 인내력이 없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샐러리맨의 경우 외향적인 성격의 영업직 출신이 잘 어울린다. 영업시간이 긴 만큼 체력도 감안해야 한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상황을 감안해 객단가를 낮추는 가격 전략을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며 "주점은 1,2,3차로 오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안주를 갖춰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도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