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휴면법인을 통해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빌딩을 사들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해 등록세 등 253억원을 중과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일반 세율의 3배로 등록세를 중과받는 신규법인 대신 사실상 '죽은 회사'인 휴면법인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해도 제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론스타 승소 확정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승정)는 론스타가 투자한 강남금융센터가 강남구청 등을 상대로 낸 등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폐업 상태에 있는 기업의 주식이 모두 제3자에게 넘어가 경영진과 자본,상호,사업목적 등이 변경됐더라도 이를 신규법인 설립으로 볼 수 없다"며 "신규법인 설립을 전제로 서울시가 등록세를 중과한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강남금융센터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을 수용한 것으로,최종 확정 판결이다.

강남금융센터는 1996년 1월 설립됐으나 사업 부진으로 같은 해 7월 폐업,5년간 휴면상태였다. 2001년 6월 론스타에 인수되면서 사업목적을 부동산 개발 · 임대업으로 바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고층빌딩인 강남파이낸스센터(당시 현대아이타워에서 스타타워로 개명)를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300억여원에 매입했다. 토지와 건물 등을 등기하면서 일반세율을 적용한 등록세와 지방교육세를 납부했다. 이에 대해 '대도시 내 법인 설립에 따른 부동산 등기'에 대해 일반세율의 3배로 중과하도록 규정한 옛 지방세법(2001년 말 개정 전)을 근거로 서울시는 2006년 5월 253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불복해 론스타 측은 소송을 제기, 3년 만에 승소를 확정지었다.

◆서울시 최대 3000억원 세수'구멍'

서울시는 이번 판결로 론스타에 대한 253억원의 중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등록세 중과처분에 불복해 과세불복 절차를 밟던 기업들에 대한 세금도 일괄 취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금환급이나 체납액 면제 등의 금액은 1754억원에 달한다. 과세불복 절차를 밟지 않은 기업들도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민사소송을 낼 수 있어 서울시의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가 휴면법인을 통한 인수와 관련해 세금을 중과처분한 곳은 GE코리아,씨티지앤컴퍼니,케이앤티디 등 277개 기업이고 총부과 액수는 2915억원이다.

외국계 자본의 '먹튀' 행위를 제재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론스타 측은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을 매입 후 3년 만인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9300억원에 매도,3000억원가량의 단기 시세차익을 거뒀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관련 조세법을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