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자체 인공위성 발사체인 나로호(KSLV-Ⅰ)의 발사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지난달 30일 발사될 예정이었던 나로호는 러시아 측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연기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러시아에서 수행된 1단 발사체 연소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오는 11일을 최종 발사날짜로 확정했다. 다만 앞으로도 발사를 위한 최종 준비 상황과 발사 당일의 기상조건에 따라 발사가 연기될 수 있다. 따라서 항우연 측은 오는 18일까지를 발사예비일로 잡았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세계 10번째 국가가 된다.

발사를 총책임지고 있는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57)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난 7년간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냈다"며 "수능준비를 모두 마치고 시험을 기다리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발사 성공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발사 책임자로서 부담감이 클 것 같은데.

"부담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뾰족한 것들은 다 로켓으로 보일 정도다. 전봇대 밑동에 안개 낀 것만 봐도 나로호가 발사되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도전이 있어야 성공이 있는 것 아닌가. 어려운 일일수록 성공의 보람도 크다. 발사 당일이 되면 오히려 덤덤할 것 같다. 시험공부를 다한 학생은 걱정이 없다. 이제는 시험을 보고 성공하는 것만 남았다. "


▶발사 당일까지 어떤 과정들이 남아 있나.

"각각의 부분에 대한 지상인증시험(QT)은 이미 6월 말 끝냈다. 발사체 1단부가 러시아에서 들어와 나로우주센터에 대기 중이며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2단(상단부) 발사체의 전자부품과 탑재될 위성에 대한 테스트도 마쳤다. 이제 상단부와 하단부를 결합해 발사일까지 점검을 반복 수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테스트는 액체 산소와 케노신 연료 등을 주입하는 과정이다. 폭발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점검 및 연습을 집중적으로 수행해 실수를 막겠다. "


▶지금 연구원의 분위기는 어떤가.

"연구원들은 무척 긴장하고 있다. 연구원들의 표정에서 성공에 대한 의지와 초조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실패의 시옷(ㅅ) 발음도 안 한다. 1970년대 이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일본도 1998~2003년까지 세 번의 발사 실패를 경험했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우주 선진국도 열 번 쏘면 두 번은 실패한다. 기술의 한계인 것이다. 그동안 연구원들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


▶나로호 발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나로호 발사는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우주시대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10여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는데 발사장과 발사체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외국 발사체에 의존했다. 인공위성이 정밀함의 산실이라면 발사체는 정교함과 거대함이라는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첨단 기술력의 집합체다. 따라서 이번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국가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대외적으로 입증해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로켓 발사는 국민통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우주왕복선을 쏠 때면 전 국민이 성원을 보낸다. 어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국민 모두의 힘으로 이루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로켓 발사를 국민적 화합의 표본으로 삼아왔다. "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소개한다면.

"우주 선진국들은 발사체 기술에 대해 매우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다. 러시아와는 우주기술보호협정과 우주기술협력협정을 맺었는데 양국 국회의 비준까지 받아야 해 개발 일정이 계속 늦춰졌다. 2단(상단) 발사체를 개발할 때는 단 한개의 부품도 순조롭게 완성된 것이 없을 만큼 기술적으로 힘들었다. 2006년 2단 킥모터 연소시험 과정에서는 큰 폭발이 일어나 시험장이 소실된 적도 있다. "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 발사기술은 어느 수준에 오르나.

"우주발사체 기술의 60~70%를 확보하게 된다. 로켓 2단(상단) 발사체를 비롯해 인공위성,컴퓨터,연료통 등은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가져온 1단 발사체의 액체엔진기술을 제외하고 대부분 독자 개발 능력을 갖게 된다고 보면 된다. 2018년 발사 예정인 KSLV-Ⅱ는 모든 것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우리는 30t급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70t으로 업그레이드한 후 이 엔진 4개를 묶어 KSLV-Ⅱ에 적용할 것이다. 나로우주센터는 나로호 발사 후에 KSLV-Ⅱ의 엔진개발 시험장으로 즉각 전환돼 연소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


▶발사 날짜가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은 없는가.

"날씨가 많이 걱정된다. 바람이 초속 15m 이상 불면 초기 안정성 때문에 발사가 어렵다. 낙뢰구름은 더 위험하다. 낙뢰구름이 발사대 주변 20㎞ 이내에 있으면 발사가 미뤄진다. 기상대 레이더와 나로우주센터 레이더가 이 같은 상황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 "


▶발사 성공은 어떻게 확인되나.

"발사부터 위성 분리까지 540초 걸린다. 위성과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면 첫 신호를 필리핀 근해에 있는 우리나라 해경 함정이 받게 된다. 해경은 이 신호를 다시 통신위성으로 쏘아올려 나로우주센터로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


▶러시아의 협조를 받았는데 우리 발사체라고 할 수 있는지.

"항우연은 항공부문까지 모두 합쳐 연구원이 700여명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10만명 단위로 투입된다. 우리는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일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하게 된 것이다. "


▶나로호 발사에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만 축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주개발 예산과 관련해 해외에서도 논란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교통수단이 있어야 한다. 버스와 버스 정류장 없이 우주시대에 참여할 수 없다. 이는 한 국가가 자립적으로 우주를 개발할 생각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1970년대 중국과 일본이 로켓을 발사했고 1980년대 인도가 쐈다. 우리의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오히려 늦게 뛰어든 셈이다. 나로우주센터에 5000억원,발사체 개발에 3000억원이 투입됐다. 산업연구원에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의뢰했더니 간접적인 경제효과가 1조8000억~3조원까지로 나왔다. "


▶발사를 지켜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2002년부터 시작된 나로호 개발이 그 결실을 앞두고 있다. 젊은 연구원들은 청춘을 모두 바쳐 나로호를 만들었다. 실험 일정 때문에 결혼을 미룬 연구원도 있다. 참여기업도 160개에 이른다. 우주개발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 및 성원이 있어야 한다. 연구원들과 기업인들은 국민의 격려와 성원이 큰 힘이 된다. 국민,정부,연구원,기업체 모두 한마음이 돼 역사의 한 장을 써야 한다. "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