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연기를 할 때 장동민 씨는 정말 세게 때려요. '할매가 뿔났다'에서도 요즘은 자기가 재미있으려고 제 명치를 때리더라고요. 제가 원래 얻어맞을 때 별로 아파 보이지 않고 맛깔 나게 잘 맞거든요."

개그맨 유상무는 요즘 무척 바쁘다.

KBS 2TV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만 '할매가 뿔났다', '씁쓸한 인생', '성공시대' 등 무려 세 개의 코너를 소화한다.

그런 탓인지 지난 30일 KBS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좀 지쳐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금세 힘을 되찾았는지 개그맨으로 일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신이 나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맞는 연기를 할 때도 개그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방송에서는 배를 맞는 장면 하나밖에 안 나오지만, 녹화 현장에서는 코너가 끝나고 출연자들끼리 서로 치고받으며 장난을 치기도 해요.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사실은 그러면서 우리도 즐거움을 누리는 거죠."

그는 다른 개그맨들이 다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디어 회의 때도 인상을 쓰지 않는다.

반드시 웃으면서 하자는 것이 장동민, 유세윤과 한 약속이라는 것. 인상 쓰면서 내놓은 아이디어가 관객에게 웃음을 주지는 못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이디어가 많은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씁쓸한 인생'의 '유상무 상무 놀이'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사실 어릴 때부터 이름 때문에 '너희 형은 전무냐?' 같은 농담을 많이 들었죠. 그걸 다른 연예인들의 이름으로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업그레이드를 해봤던 거예요.

아이디어가 샘솟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디어는 연어와 같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재미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 아이디어를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일단 놓아준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쯤 시간이 지나 그 아이디어를 다시 찾아보면 어느새 크게 자라서 돌아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그는 "'할매가 뿔났다' 코너를 본 적이 있으면서도 제가 바로 그 할아버지 역이라는 것을 몰라본 어떤 시청자를 최근 만났었다"며 "처음에는 섭섭했지만, 돌려 생각하니 내가 할아버지 역을 잘 소화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맡고 있는 코너마다 캐릭터가 크게 달라 분장과 연기가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한 1년 개그 콘서트를 쉬었기 때문인지 요즘은 개그에 허기가 져 있다"고 개그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