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무기,소형화된 핵탄두,운반수단인 장거리 로켓,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 등이 기본 조건이다.

북한은 이미 무기급 플루토늄 30㎏ 정도를 추출했다. 두 차례의 핵실험과 세 차례의 장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했다. 무수단리와 동창리에 장거리 로켓 발사장도 갖추고 있다. 평양 산음동의 병기연구소에 수 기의 중거리 미사일(IRBM)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시험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소형화된 핵탄두(1000㎏ 미만)의 보유에 대한 주장은 엇갈린다. 기본 조건들로만 볼 때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확보는 아직 충분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조건의 충족은 시간문제임을 예고한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한 협상의 수단에서 출발했다. 이는 '핵개발 폐기 대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 아래서 대북 중유지원과 2기의 경수로 건설을 확보한 북 · 미 제네바합의(1994년)에 잘 나타난다. '핵폐기 대 관계정상화'라는 틀 아래서 '핵폐쇄 · 불능화 대 중유 100만t 상당'의 상응조치를 동시행동으로 이끌겠다는 2 · 13합의와 10 · 3합의에도 잘 나타난다.

그러나 북한은 올 들어 핵개발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달 13일에는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하고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안변의 깃대령과 무수단리,동창리 등지에서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심지어 풍계리 인근에서 제3차 핵실험 징후까지 보인다는 보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보이는 일련의 행동과 징후들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연관을 가진 듯하다.

북한이 핵개발을 수단에서 목적으로 전환한 배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불확실한 건강문제와 후계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위원회가 총괄 · 조정하면서 김정각 국방위원(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군사부문에서,장성택 국방위원(당 행정부장)은 사회문화부문에서 김정운의 업적쌓기와 충성맹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불확실한 건강문제,조급하게 진행되는 후계체제 문제,핵 억제력 강화라는 초강경 대응 등 모두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불확실한 건강문제 때문에 체제유지와 후계구도의 방패막이 차원에서 핵보유국의 지위 확보라는 극단적인 체제안정 보장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의 지위가 체제유지와 안정적인 후계구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전후 복구와 1960년대 비약적인 발전은 핵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의 발전은 개혁과 개방정신이 그 토대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되새기면서 2001년 중국의 천지개벽을 일깨워준 '신사고'로 되돌아간다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통한 체제안정 보장전략이 헛된 승부수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대한 북한의 승부수에 한 · 미 · 중의 간접적인 기여도 반성해야 한다. 한 · 미 · 중은 북한의 승부수에 '절대 불가'라는 하나의 목소리 하에서 대북압박의 '속도전'을 펼쳐 왔다. 대북압박에는 한목소리와 속도전을 펼치면서 대북설득에는 왜 잡음을 내면서 지연전을 펼쳤는지 자문자답이 필요하다. 강 건너 불보듯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한 · 미정상회담이 대북압박의 속도전보다 대북 설득을 위한 또 다른 속도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경남대 교수ㆍ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