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상승세는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탔던 2000년 이후 수익형 부동산은 주택과 토지에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하고 일부 소액투자자들의 관심만 끌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익형 부동산은 부동산 시장의 강자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보니 투자 위험도가 낮고 시세차익은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수익형 부동산,나홀로 활황

최근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가히 '나홀로 활황'이라고 부를 만하다.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4월부터 소강상태를 보이고 토지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택시장의 경우 신규 분양시장이 청약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기존 주택 매매는 한산하다.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0.1% 이하의 상승률을 7주째 지속하고 있다. 송도와 청라 등의 높은 청약률로 관심을 끌었던 인천도 전체 집값은 지난해 10월 넷째주부터 올해 4월까지 27주 연속 하락했다. 토지시장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양도세 강화 조치로 일찌감치 매기가 사라진 가운데 최근에는 유일한 토지 매매 요인이었던 대토(땅을 수용당한 농민이 다른 지역에 땅을 매입하는 것) 수요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마곡지구와 경인운하 건설 지역 수용에 따른 보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토 수요가 많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포지역은 예상과 달리 잠잠하다. 김포의 청솔공인 관계자는 "대토 관련 문의는 들어오지만 실제로 땅을 사는 사람은 극소수다. 보상금으로 땅을 사기보다는 상가 등 다른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 토지시장 컨설턴트는 "상담 의뢰 자체가 거의 끊어져 수입이 줄어들면서 작년 9월 이후로는 집에 월급을 갔다줘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수익형 부동산의 기세는 드높아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50%에 불과했던 서울지역 상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급격히 상승해 64.55%까지 올랐다. 연립 및 다세대주택도 1월 74.67%에서 5월 90.64%까지 상승했다. 재개발 지역 지분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연립주택의 낙찰가율 상승은 수익형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에 있는 오피스텔의 3.3㎡당 평균 매매가도 1월 873만원에서 지난달 883만원으로 1.14% 높아졌다. 임대수익이 중심이다 보니 시세차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꼽히는 오피스텔 매매가가 이같이 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안정적 임대수익 창출이 이유

올해 들어 신한은행 부동산팀이 개인 고객을 상담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주택과 토지 매입에 대한 상담 의뢰는 줄어든 반면 빌딩 매입 등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예전에는 기관투자가들이나 관심을 보이던 오피스 및 대형 업무용 빌딩에 대해 고액 자산가들의 문의와 매입이 늘었다"면서 "실물경기 침체로 내놓은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을 개인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활황에 대해 이 부장은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 시장의 '대장주'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을 보이자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계약을 추진하다 보면 파는 쪽에서도 매도 의사를 중간에 접는 경우가 많아 매물 자체가 줄어들고 매매가는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불황에 고용위협을 느낀 직장인들이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등 전반적인 수요층이 넓어진 것도 이유다. 대기업 연구원인 남편을 두고 있는 정미성씨(38) 사례가 단적인 예다.

그는 최근 용인에서 재개발 호재가 있던 연립주택을 팔고 서울 도심지에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소형 아파트를 장만했다. "남편이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데 나오면 당장 할게 없더라.월세가 80만~100만원만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예전에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장년층 이상에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30,40대 직장인들의 관심도 높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