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회생도 관심..자동차시장 회복이 관건

제너럴모터스(GM)가 1일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회생을 도모할 예정이어서 이미 파산보호에 들어간 크라이슬러와 함께 얼마나 빨리 되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 절차를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덩치가 크게 줄어들 예정이어서 과거 세계를 주름잡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고, 신속하게 회생한 이후에도 옛 명성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GM 신속한 파산보호 예상..정부가 대주주 = GM은 파산보호를 통해 우량자산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GM으로 거듭나게 될 예정이다.

새 GM의 지분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정부가 72.5%, UAW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VEBA)이 17.5%, 채권단이 10%를 보유해 정부가 대주주인 사실상 '국유기업'이 된다.

정부 지분은 미국이 60%, 캐나다가 12.5%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GM의 파산보호 절차가 60~9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GM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GM이 수익성 있는 회사가 되면 지분을 매각하고 발을 뺀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GM이 얼마나 빨리 회생하느냐에 달려 있다.

4월30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기간을 미 정부가 30~60일 정도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덩치가 크고 채권자들의 구성도 복잡한 GM의 특성상 파산보호 절차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데 따른 것이다.

새 GM은 정부에 80억달러, 노조에 25억달러, 기타 65억달러 등 총 17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출범하게 된다.

이는 현재의 부채보다 60%가량 줄어든 규모로, 빚이 적은 튼튼한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미 정부는 기존에 GM에 투입한 194억달러를 포함해 약 500억달러의 자금을 GM에 제공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도 약 90억달러를 추가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M은 파산보호 신청에 앞서 회생을 위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채권단, 노조 등의 고통분담을 이끌어내고 독일 자회사 오펠 매각 등 구조조정에 필요한 작업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GM은 특히 270억달러(약 34조원)에 이르는 채권을 보유한 채권단이 30일 채무조정안 투표를 통해 54%가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찬성함으로써 파산보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있는 길을 닦았다.

채권단이 법원의 파산보호 절차에서 채무조정에 대거 반대할 경우 GM의 회생은 그만큼 지연되고 이로 인해 GM은 물론 협력업체 등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위험 요소를 상당부분 제거한 셈이다.

GM과 정부는 당초 채권단에 채권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향후 새로 태어나는 GM의 지분 10%를 제공하는 조건을 제시했었으나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향후 추가로 15%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워런트를 제공하는 수정제안을 함으로써 출자전환에 상당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GM은 또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에 대한 회사 측 출연금 삭감 등을 담은 GM-노조 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74%의 찬성으로 29일 이를 통과시켰다.

노조와의 합의도 빠른 파산 절차를 위한 선결 요건이다.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을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에 매각하는 방안도 30일 합의돼 GM이 오펠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고, 허머 브랜드의 매각도 거의 합의에 근접했다.

◇ 덩치 줄어드는 GM = GM은 파산보호를 통해 덩치를 크게 줄이게 된다.

GM은 작년에 6만2천명이던 공장 근로자 수를 내년 말까지 4만명으로 줄이고, 6천246개 개인 딜러망 중 2천600개를 내년까지 줄일 예정이다.

독일 자회사 오펠의 매각 합의에 이어 8개 브랜드 중 폰티악을 내년까지 없애기로 했으며 허머와 새턴, 사브 브랜드의 미래도 올해 안에 매각이나 철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GM의 브랜드는 시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4개만 남게 된다.

이들 4개 브랜드의 GM 내 판매 비중은 83% 정도다.

GM은 미국 내 47개 공장을 내년 말까지 34개로 13개를 줄이고, 2012년까지는 31개로 더 줄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GM의 자동차 생산량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GM은 지난해 830만대를 판매해 2007년의 937만대에 비해 판매대수가 100만대나 줄어든 상태다.

새로 태어나는 GM은 경쟁력 및 수익성 확보를 위해 소형차와 미래 전기자동차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자동차시장 회복이 관건 = GM은 일단 파산보호에 앞서 노조와 합의를 이끌어내고 채권단으로부터도 채무조정에 상당부분 동의를 얻어냈지만 파산법원에서 채권단의 반대가 거셀 경우 회생절차가 느려질 수도 있다.

이미 파산보호 상태인 크라이슬러도 이탈리아 자동차사 피아트 등이 주요 주주인 새 법인에 우량 자산을 매각하는 회생계획에 관한 파산법원의 결정이 1일 내려질 예정인 가운데 채권단의 항소 여부에 따라 빠른 회생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즉 GM이나 크라이슬러의 채권단의 반대가 심하면 이들의 빠른 회생은 불투명해지게 된다.

또 GM과 크라이슬러 모두 파산보호 절차를 빨리 마치고 새롭게 탄생하더라도 진정으로 회생하기 위해서는 차 판매에서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곤두박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신차 판매는 금융위기 발생 전에는 연간 1천700만대에 달했지만 지금은 1천만대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따라서 GM이나 크라이슬러가 아무리 감원과 공장 폐쇄, 딜러 감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비가 높은 차량 생산에 집중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새 차를 사지 않는 한 이들이 수익을 내는 튼튼한 회사로 단기간에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앞으로 GM과 크라이슬러의 운명은 미국인들이 '새 차 냄새를 맡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