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1980년대 초반 국내 제약업계에는 3대 금기가 있었다.

드링크는 '박카스'와 붙지 마라,소화제는 '훼스탈'과 부닥치지 마라,진통제를 두고 '사리돈'과 싸우지 마라.

그 '사리돈'에 '게보린'이 도전장을 냈다. 당시 '게보린' 광고를 맡은 카피라이터는 고심 끝에 한 줄의 카피를 탄생시켰다. "맞다,게보린!"

다소 촌스럽긴 하지만 누가 들어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 인상 깊은 광고는 '게보린'의 인지도를 수직 상승시켜 마침내 일등 브랜드 '사리돈'을 꺾었다.

마케팅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사례다.

창조적 발상이 갖는 경제적 가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크리에이티브(Creative)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열악한 기업 여건을 딛고 지식경제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바탕이 된 전략적 비전을 짜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경영'은 한마디로 차별성과 독자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가는 것이다. 21세기 기업의 신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최대 화두가 됐다. 크리에이티브 경영의 핵심은 기성의 전복이나 파괴다. 상상이나 차별,혁신 등을 무기로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고 이를 경영 현장에 접목시킨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디자인과 기술,연구개발(R&D) 등을 총 망라해 경영 요소 곳곳에 크리에이티브 유전인자를 심는 일이다. 이들이 한 데 어우러지게 해 복합적인 시너지 효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차별성과 독자성 있는 제품을 발굴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은 기술 선두주자인 일본과 생산 강대국인 중국의 틈새에 껴 독보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반도체 · 조선 · 철강 등은 과거엔 선진 기업의 생산 방식을 답습해 성장했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 경쟁력으로 스스로 미래시장을 열어야 한다.

물건만 잘 만든다고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특히 특정 제품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무엇인가를 고객에게 제공해 주지 않으면 고객은 냉정하게 외면한다.

크리에이티브 경영의 실천 방법은 창의적 인재 확보와 디자인 및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 아래 활발한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창의적 아이디어와 인재의 존중,도전과 실패에 대한 용인,과감한 실행과 성과 보상 등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방법,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0년 전 화투회사에서 출발,오늘날 세계 게임기 시장을 석권한 닌텐도가 그렇다.

최근 3년간 매출이 네 배로 오르며 세계 게임시장을 제패한 닌텐도의 자신감은 '크리에이티브 마케팅'에서 나온다.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마케팅,꿈과 희망을 파는 감성적 창의력을 갖춘 마케팅이 닌텐도를 1인자로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닌텐도 위(Wii)'로 볼링 게임을 즐기고,미국 공립학교에서는 닌텐도 두뇌게임을 활용,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게임의 신'이라는 닌텐도의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는 "모든 이가 닌텐도의 고객이다. 지금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에도 사지 않을 수 없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55%를 장악한 닌텐도는 최근 삼성이 추구하는 창조경영의 본보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소니가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의 향수에 취해 있는 사이 애플이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개발,워크맨을 구석기의 유물로 만들어 버린 것도 창조경영의 승리다.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가 기존의 기술과 상품을 시장에서 눈 녹 듯이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경영을 통해 기업의 창조성 자원을 결집하고 최대한 상업화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로 나가기 위해서도,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창조적 발상은 필수적이다. 오늘도 조그마한 연구실에서,사무실 한편에서,마케팅 현장에서 창의적 의지를 불사르며 우리나라 미래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창조경영의 리더들을 소개한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