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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난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약하고 수출 주도 국가에선 빙하기나 다름없다. 대기업도 힘들다는 마당인지라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이 이 어려움을 극복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영전략을 취해야 할까. 성공한 이들에겐 나름의 비결이 있는 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사례로 보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 보고서를 통해 성공기업의 공통점으로 '창조적 기술(Creative technology) · 집중화(Concentration) · 최고경영자(CEO)의 솔선수범' 이른바 '3C'를 꼽았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은 독일의 석학 헤르만 지몬(Herman Simon)의 저서에서 언급된 용어로,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규모는 작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상의는 중소기업 관련 단체로부터 10여개의 히든챔피언을 소개받아 이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히든챔피언에는 창조적 기술과 '집중화'(Concentration),'CEO(최고경영자)의 솔선수범'이라는 '3C 유전자'가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들 기업이 열악한 환경에도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로 창조적 기술을 꼽았다.

DVR 전문 벤처기업인 아이디스는 창조적 기술로 성공한 사례다. 1997년 창업한 아이디스는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던 영상저장장치를 디지털화해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새로운 제품(DVR)으로 개발했다. 이후에도 아이디스는 직원의 45%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뽑고,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제품 개발력을 키웠다. 그 결과 아이디스는 현재 GE · 소니 등을 누르고 DVR 업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히든 챔피언의 두 번째 비결은 집중화이다. 방대하게 사업 분야를 넓히기보다 한 분야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분석이다. 1973년 세워진 선일금고제작은 집중화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다. 1973년 설립 후 36년을 금고 만들기에만 몰두한 이 회사는 현재 세계 80여 개국에 금고를 수출하는 매출 16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서울금속도 28년간 초정밀 파스너(Fastener · 나사 등)만 만들었다. 나사가공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냉간단조'(낮은 온도에서 금속재료를 두드리는 방법)에서 전조기술(연성재료를 틀에 끼워 눌러 공구 표면의 형상을 만드는 방법)로 바꿨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 24건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LG,소니 등 대기업 제품 가운데 이 회사의 초정밀 나사가 들어가지 않은 게 없다.

대한상의는 세 번째 비결로 최고경영자의 자질을 꼽았다. 건설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대모엔지니어링은 CEO의 솔선수범으로 회사가 살아난 케이스. 2004년 이 회사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위기를 맞았으나,이원해 사장이 '단계별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내놓아 직원들과 함께 실행했다. 이 회사는 이후 생산성이 2.7배 향상됐고,3년간 매출액은 연평균 30%씩 늘었다. 이 사장은 "CEO의 헌신만이 기업과 종업원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한상의는 이들 기업 외에 고영테크놀로지,메타바이오메드,아이젠,샘솔정보기술,한경희 생활과학,동해기계항공 등을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꼽았다.

유수의 대기업이 많지 않은 독일이 세계 1위 수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약하고 수출 주도 국가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을 키워야 한다. 수출 강국으로서 한국이 세계에서 더욱 강해지려면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세계 2000여 개의 히든 챔피언 중 한국 기업은 25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브랜드 파워는 미약하지만 세계시장을 무대로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혁신을 주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을 촉진해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도 공헌하고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 같은 히든 챔피언들에게 불황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