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가방이 참 럭셔리 하시네요", '거기 시슬리~!", "어머~ 어머님!", "야, 막내야", "고객님 이 문제는 FM(층매니저)님하고 상의해보셔야겠네요", "디자인 죽이죠?"

고객들은 아무리 백화점의 매장 환경이나 서비스가 좋아도 이런 말을 들으면 언짢다.

2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이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매장내 판매 직원을 대상으로 고객 응대용어 중 고객의 오해나 불평, 당황스러움을 유발하는 사례를 설문조사한 결과, 총 6개 유형이 고객을 멀어지게 하는 말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경험한 사례로는 ▲고객이 아닌 상품에 높임말 사용 ▲직원 이름대신 브랜드명으로 호칭 ▲손님에게 가족호칭 사용 ▲직원끼리 낮춤말 사용 ▲직원용어로 고객응대 ▲유행어·관용표현 남발 등이었다.

백화점 직원들은 종종 고객 대신 상품을 높여 말하는 실수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들어 '고객님 이 옷은 사이즈가 없으세요', '이 스카프는 실크로 돼 있으세요', '찾으시는 상품이 품절난 상태세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표현을 어색해하는 고객들은 "백화점 직원들은 꼭 그러더라", "물건이 나보다 중요하냐?" 등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백화점 근무 환경때문에 판매사원의 이름을 서로 몰라 소속 브랜드 이름으로 대신 부르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이~ 쥬시꾸뛰르', '갭(GAP)!' 등의 브랜드 이름으로 짧게 호칭하는 것이다.

'어머님~', '아버님~', '언니~' 등의 표현도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4년 전만 해도 관행적으로 불리던 가족 호칭이 최근 미중년을 선호하는 중장년 고객들의 심리적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의견이다. 단골고객을 제외한 백화점 고객들은 가족 호칭이 친근감을 주기보다는 반말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니저·시니어·주니어 순으로 직급 체계가 이뤄진 여성의류 매장의 경우, '야, 둘째야', '막내야' 등의 호칭과 '가져와', '치워' 등의 명령조를 자주 쓰는 것이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는 공손하게 응대하면서 곧바로 뒤를 돌아서 동료에게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백화점 직원의 고객에 대한 진정성을 떨어뜨린다는 것.

판매 사원들에게만 익숙한 백화점식 용어를 고객 앞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경우, 고객이 또 한번 그 의미를 되물어야 하는 불편함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고객님 행사장 상품은 중앙 '포스'(계산대)로 가셔서 결제하세요', '고객님 저희가 CS(고객만족)에 더 신경쓰겠습니다' 등이다.

'이거 신상이에요', '일단 가격이 착하게 나왔으니까요' 등의 관행적 표현에 대해서도 고객들에게 판매에만 급급하다는 인식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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