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광고시장이 여성모델의 텃밭이 되기까지는 불과 1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저도주(低度酒)의 등장은 여성들도 술을 소비하는 주고객층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 때문일까. 독한 술로 인식되던 소주의 알코올도수가 낮아질수록 주류광고에 여성모델이 주를 이루고 남성모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소주 광고모델은 이효리와 하지원, 신민아, 백지영, 손담비 등 여성 톱스타들이 주류다.

그렇다면 남성 모델들은 주류 광고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한 것일까.

과거 남성모델이 주를 이뤘던 소주 광고시장에 여풍(女風)이 불면서 남성모델은 자연히 다른 주류로 옮겨가고 있다.

남성모델을 가장 요구하는 주류 종류는 복분자주 같은 전통주다. 복분자는 예로부터 남성들의 힘을 증진시켜 주는 열매로 잘 알려졌다. 복분자 열매를 먹은 노인이 다음날 요강이 뒤집어 질 정도로 정력이 세졌다는 속설도 나돈다. 이 때문에 복분자주의 효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모델은 '강한 남자'가 적격이다.

보해양주는 '보해 복분자주' 모델로 배우 차승원에 이어 정준호를 내세우고 있다. 진로는 '동의보감 복분자주'의 새 모델로 강호동을 기용했다. 이 둘은 언뜻 보아도 건강한 이미지가 물씬 풍겨 복분자주의 모델로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보해는 정준호의 강인한 남자다움이 복분자주와 잘 맞아 2년째 계약을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풍기는 남성모델들은 각기 다른 주류업체의 전통주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국순당은 배우 송강호를 '백세주'의 장수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송강호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백세주의 광고모델로 활약한 데 이어 앞으로 3년간 더 백세주의 얼굴로 활동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주류시장에서 한 모델이 특정 제품을 장기간 함께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국순당 홍보팀 고봉환 팀장은 "전통주를 향한 국순당의 고집과 연기를 향해 꾸준히 한 길을 걷는 송강호 씨의 철학은 '백세주'의 이미지와 맞아 장기 모델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해도 배우 김성수를 매실주 '매취순'의 모델로 내세운 바 있다. 그 이전에는 농구감독 강동희와 허재를 이 술의 모델로 기용했었다. 보해는 "매실주의 특징인 은은한 향기와 부드러운 목 넘김이 김성수 씨의 세련되면서도 온화한 느낌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의 텃밭이 돼 버린 소주시장에도 미세한 남풍(男風)이 다시 살랑거리고 있다. 대선주조는 최근 출시한 저도주 '봄봄'(16.7도)의 모델로 배우 강동원을 발탁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선주조는 경남지역 출신인 강동원을 내세워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봄봄'이 강동원과 함께 저도주의 편한안 목 넘김과 부드러움을 강조해 남성 소주모델 아성을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