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과제를 놓고 몇차례나 회의를 연기하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어제 조건부 승인결정을 내렸다. 지난 3년간 금지됐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돌파구를 열어준 것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황우석 파동으로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상당히 위축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윤리 논쟁에다 연구 진실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사고가 하나 터졌다고 연구 자체를 금지하다시피할 수는 없다.

윤리는 물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균형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연구가 그 조건을 충족(充足)시키도록 하는 쪽이 돼야지 윤리가 마치 연구를 금지하는 규제처럼 이용돼선 안된다. 연구의 진실성 논란도 그렇다.

이 문제와 연구분야 자체가 갖는 중요성을 혼동하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기로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선진국들이 저마다 위기 이후의 신성장동력으로 환경 못지않게 바이오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제한적이었던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가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마치 기나긴 족쇄에서 풀린 것과 같다고 표현했고, 산업계도 환영하고 나섰다. 연구에 본격적인 탄력이 붙은 것이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앞서 영국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가 황우석 파동으로 연구에 역풍(逆風)을 맞고 있는 사이 오히려 규제를 푸는 등 연구지원에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이웃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연구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만 거듭한다는 것은 이 분야 국제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다양한 길이 있는 만큼 이를 자유롭게 허용할 수 있어야 창의성도, 새로운 혁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바이오 연구가 다시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