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 · 환헤지상품) 계약 후 사정이 변경(환율 급등)됐다고 해도 기업들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지난 2월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환율이 은행과 기업 양측 모두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변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 전임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한 것으로,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77건의 가처분신청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박병대)는 24일 ㈜에이원어패럴 등 중소기업 10곳이 거래 은행을 상대로 낸 키코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7건은 기각한 반면 3건은 일부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법원은 ㈜에이원어패럴,㈜케이유티,㈜라인테크 등이 신한 · 씨티 · 하나 ·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 3건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은행이 상품의 구조와 잠재된 위험요소 등을 충실하게 이해시킬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일부 인용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환율이 계약 당시보다 130% 이상 올랐을 경우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만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또 "계약 기간이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기업에 해지권을 인정하면 전체 계약기간 동안 양측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기업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된다"며 가처분 신청 전체를 인용하지는 않았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