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꼬셔야 할까 꾀어야 할까

[돋보기 졸보기] 88. 꾀다-꼬이다-꼬시다
#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이기(꾀기/꼬시기/꼬드기기) 시작했다.

'꼬이다/꾀다/꼬시다/꼬드기다' 중에는 이 문장에 쓰기에 맞지 않는 게 있다.

학습경험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개는 '친구를 꼬이다'란 말을 낯설게 볼 것 같다.

하지만 답은 '꼬시다'이다.

'꼬시다'는 '고소하다'란 말의 강원,경상 사투리이다.

물론 이는 사전적 풀이이고 실제 생활에선 이 말을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란 뜻으로 많이 쓴다.

특히 이성과 사귀기 위해 '작업'을 걸다,수작을 부린다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언어규범은 '꼬시다'에 아직 이런 뜻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학교문법 체계 안에서의 글쓰기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꾀다' 또는 '꼬이다'이다.

'그는 돈 많은 과부를 꾀어(꼬여) 결혼했다'처럼 쓴다.

'꾀다'와 '꼬이다'는 복수표준어이므로 어느 걸 쓰든지 괜찮다.

이런 유형의 복수표준어에는 이 밖에도 '죄다/조이다,쬐다/쪼이다,서둘다/서두르다,서툴다/서투르다,내딛다/내디디다' 등이 있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란 뜻인 '꼬드기다'도 거의 같은 의미로 쓸 수 있는 말이다.

'친구를 꼬드겨 군것질을 하다'처럼 쓴다.

정리하면 '유혹하다'란 뜻을 갖는 말로 '꾀다/꼬이다/꼬드기다'는 두루 쓸 수 있지만,'꼬시다'는 입말에서나 많이 쓰일 뿐 글말에서는 바른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