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새 건전성 기준인 '위험기준 지급여력제도'(RBC)가 올해 4월 도입되면 자산운용을 장기로 해 온 외국계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올라가는 반면 국내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오히려 떨어져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RBC는 향후 2년 동안 기존 지급여력제도와 병행되지만 2011년부터는 의무화된다. 국내 보험사들은 그 때까지 자산운용 및 상품구조 개편,자본 확충 등을 통해 RBC 기준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얼마나 바뀌나

RBC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말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을 재산출해보면 메트라이프가 705%로 가장 높고 푸르덴셜 499%,PCA생명 317% 등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사의 경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일부만이 150%를 넘겼을 뿐 나머지는 이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100% 미만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현행 지급여력비율로 따지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RBC가 도입될 경우 그렇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존의 지급여력제도는 보험과 신용 위험만 따지지만 RBC는 주가 금리 환율의 가격변동 위험이나 거래 상대방의 채무 불이행 위험 등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모두 반영토록 하는 제도"라며 "보험의 특성에 맞게 자산을 장기로 안전하게 운용해온 외국사들이 RBC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RBC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400%대인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운용자산의 90%가량이 국고채이며 담보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국내사의 경우 회사채 보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담보대출이 많아 신용리스크가 커지는 바람에 RBC 기준 지급여력이 낮아졌다. 다만 국내사들은 지급여력비율 하락에 대비해 자본 확충과 자산 재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RBC 비율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뒤 의무화 '비상'

RBC는 오는 4월 도입돼 향후 2년간 현행 지급여력제도와 병행 시행된 뒤 2011년 4월부터 의무화된다. 향후 2년 동안 RBC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RBC를 높이려면 회사채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줄이고 자산운용을 장기 및 국고채 위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고채 투자가 늘어날 경우 고금리 상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역마진 현상이 생기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회사채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생보사의 지난해 3분기(2008년 4~12월) 운용자산 수익률은 연 5.08%지만 외국계 생보사는 연 4.55%로 더 낮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담보대출 등도 줄여야 한다.

상품의 경우에도 리스크가 높은 상품을 팔기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무진단 보험(진단 없이 가입하는 보험상품) 등을 팔 경우 보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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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isk Based Capital)=보험사가 가진 각종 위험(보험,금리,시장,신용,운영리스크)을 정밀히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갖도록 요구하는 제도.현행 지급여력비율 제도는 자산운용 리스크와 보험 리스크를 산출한 뒤 그만큼 자기자본을 확보토록 요구하는 반면 RBC는 각 자산과 부채별 특성을 체계적으로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