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최강의 중소기업을 가리킨다. 독일 출신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이 책을 통해 기존 경영학 연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언제나 학자들과 애널리스트,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선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정작 성공 사례를 다룬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지당한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히든 챔피언들의 놀랄 만한 경영 성과를 제시하면서 이들의 성공 비결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5년 기준 히든 챔피언들의 평균 매출은 4억달러,세계시장 점유율은 33%에 달한다. 이들의 70% 정도는 산업재를 생산하기 때문에,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성장세와 시장지배력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저자가 주장하는 히든 챔피언의 핵심 전략은 '집중화'와 '세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는 좁은 영역에 집중한다. 예컨대 포장이 아니라 약품 포장,식기 세척기가 아니라 호텔과 레스토랑을 위한 식기 세척기,헬멧이 아니라 스키용 헬멧에 집중하는 식이다.

이처럼 히든 챔피언들은 흔히 업계에서 사용하는 시장 구분을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시장에 대한 정의를 외부에서 미리 정해 준 것으로 보지 않고,자신의 의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전략적 변수로 이해하고 있다.

히든 챔피언들은 자신의 시장을 좁게 정의했고,오랫동안 몰입했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이런 집중화 전략이 틈새시장에서 70% 이상의 경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목표 시장을 지나치게 좁게 정의하면서 어떻게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히든 챔피언들은 세계화를 통해 좁은 시장을 넓게 만들었다. 한 지역에 있는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차라리 좁지만 하나의 시장에 집중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히든 챔피언들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진출해 성장을 이끌었다. 이들 중 약 75%의 기업은 처음부터 수출을 시작했고,34%는 회사를 창립함과 동시에 해외에 지사를 두었다. 물론 이들의 세계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고객 친밀성과 혁신성도 히든 챔피언들의 성공에서 뺄 수 없는 요인들이다. 세계시장을 제패한 숨은 1등 기업의 비밀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