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임대주택에서 살아볼까. '

불황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에서도 싼 값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시장에서는 고점 대비 40~50% 떨어진 급매물만 거래되고,'반값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로 경매시장은 북적거린다.

임대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송파 장지지구,강서 발산지구를 시작으로 최근 강동 강일지구 국민임대까지 임대아파트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반 신규 분양 아파트가 줄줄이 미분양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며 "자격이 되는 수요자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 몰리는 임대아파트

주택 거래 침체에도 불구하고 임대 아파트 청약에는 많은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얼마 전 실시된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국민임대 청약에서는 5단지가 5.9 대 1의 경쟁률을,7단지는 4.3 대 1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달 있었던 경기 판교신도시 공공임대의 경우 △A6-1블록 1.9 대 1 △A14-1블록 2.1 대 1 △A21-2블록 3.4 대 1 △A26-1블록 4.1 대 1로 순위 내 마감됐다. 지난 1월에는 왕십리뉴타운 주상복합(장기전세주택)이 청약에서 평균 15.8 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작년 5월 송파 장지지구 6,8단지 임대아파트(장기전세)는 청약 결과 평균 15.5 대 1을 나타냈다.

◆왜 인기 끄나

우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내집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이 커졌다. 임금 삭감과 인원정리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외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집값이 추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수요자들을 임대아파트로 몰리게 만들고 있다.

◆어떤 게 있나

임대아파트는 공공임대,국민임대,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나눌 수 있다. 공공임대는 임대 의무기간이 지나면 분양전환받을 수 있는 아파트다. 2003년 11월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부터는 임대 기간이 모두 10년이다. 다만 주거환경개선지구 내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5년이다. 올해는 7곳에서 1306가구가 공급된다. 청약저축에 가입한 기간과 횟수에 따라 청약순위가 결정된다. 공공임대 중 전용면적 85㎡ 이하는 무주택세대주로 저축에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했고,월 납입금을 24회 이상 내면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85㎡ 초과는 일반 분양과 똑같이 청약부금이나 청약예금 통장이 있어야 한다.

국민임대는 대한주택공사나 지방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으로 분양으로 전환되지 않고 임대로만 거주할 수 있다. 올해 전국 82곳에서 5만909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통상 임대기간은 30년이다. 전용면적 50㎡ 미만은 청약저축 통장이 필요 없지만 소득 기준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70% 이하여야 한다. 50㎡ 이상은 청약저축 통장을 보유해야 한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서울시 산하 SH공사에서 공급하는 주택으로 임대기간은 20년이다. 입주 자격은 국민임대와 같다. 선시공 후분양 제도가 적용돼 공급받은 후 3~4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있다. 올해는 17개 단지에서 2599가구가 선보인다.

◆눈길 끄는 물량은

부동산포털인 닥터아파트(www.DrApt.com) 조사에 따르면 공공임대 중 임대기간이 10년인 단지로는 오산 세교지구(B-4블록,412가구)와 파주 교하신도시(A17블록,648가구) 내 물량이 각각 6월과 10월에 나온다.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는 인천 향촌지구(11월)와 부개지구(7월)가 있다. 지방에서는 대구 칠성지구(8월)와 광주 양동지구(11월) 내 단지가 분양된다. 주거환경개선지구는 지구주민에게 우선 분양 후 잔여물량을 일반분양한다.

국민임대주택으로는 SH공사가 서울 노원구 상계 · 장암지구에서 878가구를 5월 내놓는다. 8월에는 SH공사가 중랑구 신내동 신내2지구에 101가구를 공급한다. 신내2지구는 이미 준공된 신내지구의 편의시설 및 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과 북부간선도로가 가깝다.

수도권에서는 대한주택공사가 판교신도시 A17-2블록에서 775가구 중 철거민 특별공급 물량 배정 후 잔여가구를 일반인에게 5월 공급한다. 광명시 소하동 신촌주거환경개선지구 국민임대 875가구는 8월,성남시 도촌지구 S1블록 210가구는 10월에 각각 나온다. 인천에서도 9월에 남동구 소래1,2지구에서 각각 882가구와 2026가구가 공급된다.

장기전세주택으로는 5월에 상계 · 장암지구에서 374가구가 나온다. 은평뉴타운2지구 765가구는 5월과 8월에 나눠 공급될 예정이다. 중랑구 신내2지구에서도 8월 866가구가 분양된다. 송파구 장지지구에서는 장지지구 1단지 46가구가 11월 공급된다.

SH공사가 재건축 단지의 의무 임대 물량을 매입해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2단지(래미안퍼스티지)에서 266가구가 5월에 나온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 재건축에서도 장기전세주택 물량이 예정돼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