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퇴근길에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직장인 최하연씨는 평소의 반값(100g당 980원)인 삼겹살,한정상품으로 나온 1000원짜리 '마미손고무장갑''아침의계란'(15개 · 2980원) 등 먹거리와 생필품을 4만원어치나 샀다.

전날 집에 배달된 전단에서 본 '반값의 행복' 할인 품목을 대부분 산 셈이다. "당장 필요한 건 아니어도 워낙 값이 싸 일단 사고 봤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이번 할인행사(5~10일)에서 삼겹살 매출이 전주보다 5배,고무장갑과 계란은 3~4배 늘었다.

극심한 불황이지만 가격이 싸면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파격 할인행사에서 매출이 최고 50배 이상 폭증하거나 품절 사태를 빚은 품목들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골프용품,와인 세일에도 고객이 몰려 매출이 50~100%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 6일부터 닷새 동안 '990원 소용량 야채'를 61만개나 팔았다. 최근 금값이 된 양파(1.7㎏ 1망 4980)의 경우 0.6㎏짜리 소포장으로 990원에 판매하자 점포마다 동이 날 정도다.

최진일 이마트 식품과장은 "산지 직거래를 늘리고 자동선별 포장기계를 도입해 인건비 등을 줄여 정상가보다 30~40% 싸게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신춘 할인축제'에선 할인 상품 매출이 전주보다 80%가량 증가했다. 특히 정상가보다 20~30% 싼 수입 포도(900g · 5480원)는 5배,동태(2마리 · 3980원)는 2배 각각 늘었다.

홈플러스의 창립 10주년 기념 '10-10 할인' 행사에선 PB(자체상표) 라면,화장지,남성 트렁크팬티,갈치 등 10개 품목의 매출이 평균 2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반값인 230원에 내놓은 '홈플러스 라면'의 경우 행사 전주 1만8000봉지에서 5~10일엔 무려 190만봉지가 나갔다.

판매량은 105배,매출은 52배나 폭증한 것이다. 관계자는 "PB 라면 매출이 평소 저조했던 점을 감안해도 이 같은 실적은 불황에 소비자들이 가격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을 확인케 했다"며 "화장지와 라면은 준비한 물량이 조기 소진돼 일시적으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도 파격 할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혼수철을 맞아 열흘간(2월20일~3월1일) 진행한 '제21회 가전 · 가구 박람회'에서 가구 120억원,가전 100억원어치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정상가 대비 30~50% 싸게 내놓아 불황인데도 지난해보다 10%가량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4월에 진행했던 '와인 창고 방출전'을 한 달 앞당겨 지난 6일 시작해 매출이 전년보다 50% 늘었다.

수요 감소로 쌓인 재고 와인을 처리하기 위해 30~70% 싸게 내놓자 소비자가 몰린 것이다. 이 밖에 이마트의 유명 브랜드 골프클럽 · 용품 할인행사에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2단계 가격 파괴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값 행사 등 할인행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2단계 가격파괴 행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장성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