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호 알리안츠생명 빛고을지점장(53)은 실패를 딛고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른 케이스다. 잘나가던 시중은행 지점장이었던 유씨는 2004년 19년간 다니던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한 뒤 평소 꿈꿔온 박물관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년6개월 만에 퇴직금도 다 날리고 빚까지 졌다. 그때가 48세였다.

그냥 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시 시작했다. 은행 출신이라면 꺼릴 수도 있는 보험설계사였다. "보험영업은 맨손으로 할 수 있다. 노력만 한다면 수입에 제한이 없다"는 지인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첫 계약을 올리려고 30년지기인 의사 친구 4명을 찾아갔지만 거절당했다. 유씨는 "사업에 실패하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오랜 친구들까지 등을 돌리자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며칠 밤을 지새웠다"고 회상했다.

이를 악물었다. 매일 고객들에게 수백통씩 전화를 돌려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입지를 굳힌 유씨는 2007년 2월 알리안츠생명의 빛고을지점장으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에서 연도대상 지점부문 2위를 차지했다. 보험설계사도 32명까지 불어났다. 억대 연봉자로 당당하게 부활한 것이다. 유 지점장은 "열심히 일해 돈을 모은 뒤 꿈꿔오던 박물관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