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각국 점유율↑..르노 "韓 부품 늘린다"

현대차의 가동률 하락과 GM대우의 유동성 지원요청, 쌍용차의 법정관리 등 한국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높아진 가격 경쟁력과 개선된 품질을 바탕으로 곳곳에서 희망의 신호도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미국 외에도 각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조달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연히 늘고 있는 것이다.

10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월 프랑스 자동차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줄었지만 한국산 차는 3천171대가 팔려 지난해 2월보다 판매량이 3.9% 늘어나면서 지난해 1%대로 하락했던 시장 점유율이 2.1%로 상승했다.

앞서 미국시장에서도 현대차의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1.5% 줄었지만 1월에 비해 크게 상승하며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7.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칠레에서도 한국산 자동차는 2008년 한 해 모두 6만9천997대의 자동차가 팔려 6만212대를 판매한 일본을 누르고 2년째 '넘버 원' 자리를 지켰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한국이 29.2%로 25.1%의 일본을 4.1% 포인트 앞섰다.

한국 자동차는 2007년 칠레 시장에서 모두 6만6천729대(32.5%)를 팔아 5만7천322대의 일본(27.9%)을 제치고 2001년 이후 6년 만에 수위에 오른 바 있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산 중고차가 절대 우위를 차지해왔던 일본산 자동차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수입 중고차를 브랜드 별로 보면 도요타가 31.6%를 차지하는 등 전체 수입의 75% 이상이 일본산이었고 극동지역은 지리적 특성까지 겹쳐 90%가 일본산이었다.

그러나 엔고가 심화하면서 선호 차종에 변화가 일어 1월의 경우 도요타의 점유율이 17.6%까지 낮아진 반면, 현대가 16.9%를 기록했다.

코트라는 "선호 차종 변화를 활용해 극동 러시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차 중심 시장구조를 바꾸고 점유율을 끌어올릴 적기"라고 진단했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오딜 데포르주 구매이사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프랑스 신문 '라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신흥국산 부품 구매비중을 현재 25%에서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음을 피력했다.

중국, 인도산 부품은 서유럽산보다 20∼30%, 루마니아산은 15∼20% 저렴하며 특히 한국산은 30%가 싸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독일 BMW 그룹의 헤르베르트 디이스 구매담당 총괄사장도 지난 2일부터 현대모비스 등 부품업체를 방문해 기술 및 제조현황을 둘러보는 등 부품 구매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또 지난해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포스코산 강재를 사용하기로 한 데 이어 내달 열리는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 전시회'에는 닛산자동차의 변속기를 생산하는 자트코사가 한국산 부품 조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회사 관계자들이 내한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에는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를 통해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이 코트라 주최 '바이 코리아' 행사에 내한해 국내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시장이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나 완성차와 부품 등지에서 새롭게 열리는 기회들을 잘 살려나간다면 이후 경제회복기에 한국 자동차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